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혁신성장 요람, 중국 심천을 가다②] 꽉 막힌 혁신성장, 결국은 투자다

기사입력 : 2019년01월23일 05:21

최종수정 : 2019년01월25일 15:53

든든한 10억 인구 내수 시장, 폭 넓은 정부 지원 발판
특정 기업·산업에 보조금 규제 많은 한국...금융 역할 중요
심천 진출 韓기업들 "금융권이 자금 수혈 위한 혈관돼달라"
한국 엔지니어들...창업 등 돌린 채 中 기업 취업 잇따라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국가 차원의 조세정책을 통해 세금 할인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하이테크 기업으로서의 혜택이죠. 5G 시대엔 더 큰 발전을 이룰 것입니다." (유안 빙송 LAIDIAN 창업자 겸 CEO)

3.5일에 한 개씩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이 탄생하는 중국. 특히 중국 도시 중에서도 혁신기업 탄생을 주도하고 있는 심천에서 유니콘이 된 유안 빙송 LAIDIAN 창업자는 망설임 없이 '국가의 투자'를 성공의 발판으로 꼽았다. 기업 소득세 15% 인하 징수, 부가가치세 3% 초과 징수(소프트웨어 제품 판매) 시 즉시 환급, 한도 범위 내 대출 심사해 이자의 70% 보조 등의 혜택을 받은 것이 큰 힘이 됐다는 설명이었다.

우리 기업이 자금 조달 문제로 데스밸리(창업 3년 내 마주치는 신생기업들의 자금난) 사이에서 무너질 때, 심천의 창업 기업은 해외시장 개척 고민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다.

혁신을 위해선 결국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벤처 창업가들은 아직도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 주도로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중국의 경우 새로운 기술에 특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신기술에 따른 공장 시설 재구축 비용까지 지원하는 등 그야말로 '아낌 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위원들이 지난 17일 공유 보조 배터리 사업으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LAIDIAN 본사에서 Yuan Bingsong LAIDIAN 창업자 겸 CEO(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giveit90@newspim. [사진=심천 조정한 기자]

◆ 예대마진에 갇힌 한국의 금융권, 틀 깨야 기업이 산다

정부는 올해 창업 초기 분야 비중을 확대한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했지만, 중국처럼 유니콘을 키워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억명의 내수 시장이 버티고 있는 중국과 달리,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 환경에선 특정 기업·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쉽지 않다. 원가에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WTO(세계무역기구)의 불공정 무역 사례로 분류될 수 있어서다.

그럼 혁신기업을 광범위하게 조성할 수 있는 여건이나 해법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혁신성장의 성과물을 위해선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금리차)' 운영에 갇힌 금융권이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본래 목적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중국 진출기업과의 간담회에서도 어김없이 제기됐다.

백승수 보건산업진흥원 중국 지사장은 국가경제자문회의 위원과 함께 진행한 중국 진출 현지 기업과의 간담회에서 "자금 조달이 제대로 안 될 때마다 금융의 역할을 뼈져리게 느낀다"고 강조했다.

백 지사장은 특히 "중국과 우리나라 금융권이 합작해 해외에 진출한 기업에게 자본을 수혈해주는 방식도 검토해볼 수 있다"면서 "금융권이 먼저 (자금이) 원활히 돌 수 있도록 혈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위원들은 지난 17일 중국 심천의 한 식당에서 '중국진출 한국기업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giveit90@newspim.com [사진=심천 조정한 기자]

"금융 활성화 위해 시중은행·사모펀드 얼마나 투자 시장에 들어오는지가 관건"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은행·우리은행 선전지역 지행장들에게 "창업 기업의 규모가 커질 때 전문성을 가진 금융기관이 나서야 한다"면서 "은행 상품을 개발하고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김 의장은 "심천을 (혁신성장의 탐방지로) 선택한 이유도 기술 혁신형 스타트업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도시에선 산업과 금융 사이에 정부의 규제 환경이 어떻게 다른지 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가경제자문회의는 지난 연말께 융자에서 투자로, 가계금융에서 기업금융으로 이동하는 금융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개혁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국가경제자문회의 위원인 전해철 의원(중소·벤처 분과위원회)은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어야 '열심히 하라'는 말도 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중은행 또는 사모펀드 등 민간자금이 얼마나 (투자 시장에) 들어오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최대 벤처캐피탈(VC)인 심천캐피탈과 1억 달러 규모의 한·중 벤처펀드를 운영 중인 SV인베스트먼트의 장형식 이사는 "사드 이슈가 막는 한·중 간 투자를 우리가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벤처 및 벤처캐피탈산업 발전 측면에서 민간 투자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다양한 캐릭터로 제작된 라이덴(LADIAN)의 공유 보조 배터리 모습. 라이덴은 중국의 중소·벤처기업 성공사례로 꼽히는 공유 배터리 회사다. giveit90@newspim.com [사진=심천 조정한 기자]

◆ 버티기 들어간 현지 진출 기업들..."韓 엔지니어들, 창업은 꿈도 못 꿔"

간담회에 참석한 이동은 LGD OLED 법인장·최윤범 혜주삼성전자 법인장·정우영 선전상공회 회장 등은 기술력으로 중국 시장에서 버티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이뤄지는 기술 혁신·공급 과잉 현상을 동시에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라고 털어놨다.

이 법인장은 "독자적인 OLED 디스플레이 기술로 경쟁하고 있지만, 기존 LCD 패널의 경우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한국 기업과 동등한 기술 수준에 도달해있고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돼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최 법인장은 "휴대폰 소재가 많이 바뀌고 있는데, 중국에선 신기술·신공법에 투자하면 인센티브를 정부에서 많이 준다"며 "아이디어가 있으면 돈이 없더라도 은행에서 장기로 저리 융자 처리해 지원해주는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지 인사들의 말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들이 중국 회사에 취직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또 국내에서 창업을 하기보다 대우가 좋은 중국 회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증가 추세다.

정우영 선전상공회 회장은 "한국 엔지니어 출신들이 창업을 하기보다 중국 업체에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지금은 (중국 현지에서 한국 기업들이) 뭘 해도 잘 안된다는 느낌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있다"고 위기감을 전했다.

giveit90@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中 특별교역국 박탈 가능성" [서울=뉴스핌] 박공식 기자 =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자존심을 건 관세전쟁이 계속 고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여한 특별교역국(PNTR: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 영구정상교역관계) 지위까지 박탈해 중국에 대한 관세를 평균 61%까지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무역전문가들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1월20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에게 중국의 특별교역국 지위와 관련한 입법적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PNTR은 이전 '최혜국대우(most-favored-nation treatment)'로 불려진 것으로, 관세와 항해 등 양국간 관계에서 제3국에 부여한 조건보다 절대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교역의 일반원칙으로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중국의 WTO 가입 전 중국에 PNTR 지위를 부여했다. 이후 중국의 대미수출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재검토 지시 이후 존 물레나 공화당 의원과 톰 스워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23일 하원에 공정무역복원법안(Restoring Trade Fairness Act)을 공동발의했다. 물레나 의원은 하원 중국관련특별위원회의 공화당 의장을 맡고 있다. 상원에도 동시 발의된 법안은 중국과 정상교역 관계를 중단하고 관세를 5년간 35~100%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슷한 법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의회에서 발의됐지만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무역 전문가들은 민주 공화 양당 지지가 점점 확산돼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짐 루이스 부소장은 중국이 글로벌 무역규칙을 따르지 않아 PNTR 지위가 박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트럼프는 중국과 어떤 거래를 할수 있을지 지켜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 컨설턴트와 법률가는 거래 기업들이 중국의 PNTR 지위 상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망을 중국 바깥(제3국)으로 이전하거나 외국인 직원을 귀국시키고 중국내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고 했다. 추가 관세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납품 계약 조건을 재협상하는 기업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무역단체인 미중무역위원회(USCBC:U.S.-China Business Council)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PNTR 지위를 상실하면 연료를 제외한 모든 중국산 제품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했더라도 관세가 현재 19%에서 평균 61%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USCBC는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박탈은 중국의 무역 관행을 바꾸는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미국이 가진 다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지시간 2월4일 0시1분을 기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10%가 발효되자 중국도 즉각 보복 관세 조치로 맞섰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선임연구원 데렉 시저스는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없이는 PNTR 취소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과 정상적 교역국 지위를 가지지 못한 나라는 쿠바와 북한, 벨라루스, 러시아 등 4개국 뿐이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구에 접근하는 콘테이너 화물선 [사진=로이터] kongsikpark@newspim.com 2025-02-06 13:54
사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유리기판'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 기술로 '유리기판'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FC-BGA(Flip-Chip Ball Grid Array) 기판은 플라스틱 재질로 제작돼 대면적 적용 시 휨 발생과 평탄성 저하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PLP(패널 레벨 패키징) 및 유리기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반도체 업계에서는 유리기판이 반도체 패키징의 한계를 넘어설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유기 소재 대신 유리를 사용함으로써 수율 문제와 패턴 왜곡 현상을 해결하고, 이론적으로는 칩의 패키징 두께를 최대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유리 기판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71억달러(약 10조 3063억원)에서 오는 2028년 84억 달러(12조 1934억원)로 18%가량 고속 성장이 전망된다. AI 등 차세대 기술 활용을 위해 고성능 메모리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등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중요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가 그린 유리기판의 모습. [사진=챗GPT] 국내 기업들도 유리 기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SKC는 CES 2025에서 유리 기판을 선보였으며, 자회사 앱솔릭스(Absolics)는 연간 7만2000㎡ 규모의 제2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또한 유리 기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스닥 상장사 나인테크도 FO-PLP 및 유리기판 관련 장비 개발을 완료했다. 나인테크는 열팽창 계수의 변화에 따른 기판의 휨 현상을 핸들링하고, 기판 두께가 얇아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장비 개발 및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향후 수요에 대비해 생산 시설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나인테크는 지난 3년간 FO-PLP에 적용되는 모든 WET STATION 장비를 해외 반도체 회사와 글라스 코어기판 회사에 납품해왔다. 과거 레퍼런스와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생산 시설까지 증설된다면 유리 기판 관련 매출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인테크 관계자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PLP 장비 납품 경험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여 반도체 패키징 공정을 선도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아낌없는 R&D 투자를 통해 PLP 및 유리기판이 상용화되는 시점에 나인테크가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nylee54@newspim.com 2025-02-06 08: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