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전 대법원장, 14일 2차 검찰 출석
1차 소환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혐의 부인할 듯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광범위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과의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4일 오전 9시 30분 검찰에 출석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2차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 조사는 비공개 조사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1.11 |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첫 소환 때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 조사에서도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첫 조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관련 당시 사법부의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았다.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서도 실제 양 전 대법원장의 작성 지시 등이 있었는지, 또 실제 블랙리스트가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로 이어졌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사실이 아니다’라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선에서 이뤄진 일이다’ 또는 ‘알았지만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지만 검찰의 진술과 증거 확보 상황에 따라 구체적으로는 다른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검찰이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 제시할 경우 양 전 대법원장이 단순히 몰랐다고 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하는 것은 논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실무선에서 이뤄졌거나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답변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양 전 대법원장 스스로 향후 재판에 넘겨질 것까지 고려해 이미 구속기소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처럼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겠냐는 시각도 나온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공범으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져 수사 및 재판에 대한 전략도 상당 부분 유사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중복 진술이나 관련 문건 등을 양 전 대법원장에게 어느 정도 제시하면서 그의 진술을 유도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 블랙리스트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의 자필 표시가 있는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업무수첩이나 일제 강제징용 소송 개입 정황을 증명하는 문건 등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과거 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검찰이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핵심 증거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미 알려진 상태에서 무작정 ‘모른다’면서 아예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최고 법률가 중 한 명인 양 전 대법원장이 향후 재판까지 고려, 상황에 따라 자신이 빠져나갈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법원은 최근들어 양 전 대법원장의 주요 혐의인 직권남용죄를 아주 좁게 해석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향후 재판에 간다해도 검찰로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