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21일 째 지속되고 있다. 셧다운으로 운영 예산이 끊기자 약 80만명의 연방정부 기관 근로자들이 강제 휴가를 떠났거나 임금없이 업무를 하고 있다. 역대 최장 셧다운 기간 역시 빌 클린턴 전 행정부의 21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장 셧다운 기록을 새롭게 쓰고 있어 셧다운 영향은 더욱 커질 예정이다. 한국이 체감할 만한 크고, 작은 불편함을 분야별로 나눠봤다.
◆ 비자
주한 미국 대사관 트위터와 홈페이지 업데이트는 지연될 전망이다. 대사관 측은 10일 트위터에 “미국 정부 예산 지출이 중단되는 셧다운으로 인해 이 계정은 연방정부 업무가 재개될 때까지 긴급 안전 및 보안 관련 정보를 제외하고는 업데이트되지 않을 것입니다”란 공지를 게시했다. 주한 미 대사관 및 영사관 홈페이지 상단에는 ‘미국 연방정부 일시 업무정지로 기인하여, 연방정부 운영이 완전히 재개될 때까지 웹사이트 업데이트가 제한됨을 알려드립니다’란 안내문도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비자 발급 등 미국 여행에 필요한 업무에는 차질이 없다. 미국 국무부 영사사업부는 “미국 내 예정된 여권과 비자 서비스와 우리의 해외 미국 대사관·영사관의 서비스는 상황이 허락하는 한, 예산 지출이 중단되는 상황에서도 계속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CNN에 따르면 한 국무부 관리는 “운영에 충분한 자금이 있는 한 시설들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뜻은 셧다운이 장기화해 상황의 여의치 않을 경우, 업무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로도 풀이된다.
[뉴어크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이 미 교통안전청(TSA) 검문을 받으러 줄을 서고 있다. 2018.12.24. |
◆ 공항
미국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공항에서의 긴 심사와 탑승 지연을 예상해야 한다. 셧다운 기간에 업무를 중단한 공항 보안 직원이 증가해서다. CNN에 따르면 뉴욕 존 F.케네디 국제공항 등 네 개의 주요 공항에서 수백명의 교통안정청(TSA) 직원들이 ‘병가’ 등 휴가를 냈다. 공항 직원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필수 인력이지만 셧다운으로 임금을 받을 수 있을 지 불투명해지자 대거 휴가에 나서는 모습이다.
TSA 대변인은 CNN에 직원들의 휴가는 연말 홀리데이 시즌부터 시작해 증가한 것이고 여전히 5만1739명의 직원들이 수하물 검사 업무를 맡고 있다며 지난 3일 승객 220만명 중 99.8% 정도가 30분 내에 수하물 검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포브스지에 따르면 뉴욕 라구아르디아 국제공항 터미널C의 델타항공 승객들은 90분 넘게 탑승을 대기해야 했으며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공항에서의 불편을 호소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지난 6일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에서의 심사 줄이 이토록 긴 적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 경제 지표
일부 주요 경제 지표 발표가 중단되면서 경제 흐름을 읽어야 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채권·외환 트레이더, 투자자, 무역 협상가 등이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 소속 통계국과 경제분석국이 담당하는 주요 경제 지표는 셧다운이 시작한 지난달 22일 0시 이래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초에는 공장재 수주와 무역수지 지표가 발표되지 않았고 이후 예정된 연방 재정수지 역시 발표되지 않는다.
오는 9월까지 예산을 확보한 미 노둥부는 고용 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내놓는다.
◆ FDA
포브스지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직원의 약 40%가 강제 휴가 중이다. 미국 언론들은 셧다운 때문에 국민들의 식탁 위가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제약회사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FDA는 지난해 10월 말에 종료된 2018 회계연도의 신약 신청 승인과 검토는 예산이 배정되어 이 있어 업무를 계속할 수 있지만 2019년 회계연도에 접수되는 서류들은 셧다운이 끝날 때까지 접수하지 않는다. 미국의 FDA 승인이 필요한 한국의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신약 개발과 사업이 늦춰지는 셈이다.
◆ 시장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업무 역시 셧다운이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유지하고 투자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부 기관인 SEC은 지난 12월 27일 기준, 총 4436명의 근로자들 중 285명만 정상업무를 했다.
SEC 웹사이트에는 “연방정부의 셧다운으로 SEC은 현재 셧다운 모드에 돌입했다”며 투자자 보호, 법 집행 등 긴급상황을 제외한 업무는 어려울 것이라고 공지했다.
WSJ은 셧다운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에 한파가 찾아왔다고 보도했다.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 우버 테크놀로지스 등 올해 IPO 가능성이 제기된 기업들은 SEC 업무 중단으로 상장이 지연되고 있다.
미국 유타주 모아브시 아치스 국립공원 방문객 센터의 화장실이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닫혀 있다. 2019.01.09.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관광명소
셧다운 기간 동안 19곳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입장이 불가하다. 워싱턴D.C.의 미국역사박물관과 국립항공우주박물관, 뉴욕시 쿠퍼 휴잇 국립디자인박물관 등은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의 국립공원과 동물원도 문을 닫는다.
◆ 한반도
당초 이번주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워킹그룹 회의는 미국 정부의 셧다운으로 연기됐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주 예정이었던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 대해 “미국 측의 여러 사정이 있어” 다음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비핵화란 공동 목표를 갖고 워킹그룹을 출범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서울에서 2차 워킹그룹 협의를 가진 바 있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 역시 더뎌지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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