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XR 판매 전략을 잘못 잡아 낭패를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아이폰XR 출시 당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백만명 이상 팔로워들에게 “많은 중국인들이 새로운 아이폰XR을 즐기고 있는 것을 보니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쿡 CEO의 이러한 메시지는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 중 가장 저가 제품인 아이폰XR이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기를 바라는 염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XR의 판매는 기대에 못 미쳤다. 애플은 결국 생산량을 대폭 줄이고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하게 됐다.
출시된 지 몇 개월밖에 안 된 XR을 실패작이라 부르기엔 시기상조지만, XR의 판매 부진이 다양한 가격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애플의 이윤 전략과 정체된 아이폰 판매 성장세를 극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좌초시키고 있다는 초기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XR 판매는 중국 외의 시장에서도 부진해, 애플이 일본에서 XR 가격을 인하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폰6S와 아이폰8 등 구모델 판매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XR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와 과시형 소비자 중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에서 6499위안(약 106만원)에 팔리는 XR는 XS나 XS맥스에 비하면 25% 이상 싸지만, 여전히 고가다. 게다가 XR이 내세우는 안면인식이나 듀얼SIM 기능은 중국 토종 브랜드 제품에도 있는 기능이다.
반면 고가 사치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아예 고가의 XS 시리즈를 구매하고, 저가 제품이라는 마케팅으로 판매되는 XR을 선택하지 않는다. 지난 수년 간 다소 약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이 주는 상징적 가치는 여전하지만, 이는 고가 제품일 경우의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위안화가 급격히 절하되자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의 마진을 맞추기 위해 XR 가격을 올린 것도 화웨이 등 토종 브랜드 대비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린 요인이 됐다.
애플은 지난 2개월 간 XR 매출 전망치를 수차례 하향 조정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출시 후 6개월 간 XR 판매량 전망치는 3000만~4000만대로 절반 가까이 하향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스티브 잡스 극장에 전시된 애플 아이폰XR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