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자리 은하단서 생성돼 떠돌다 지구로
‘Science Advances’ 발표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 중에는 초속 100m 야구공과 맞먹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존재가 있다. 이 특별한 입자가 어디서 생성됐는지 밝힐 단서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자연과학부 류동수 교수 연구팀은 극한의 에너지를 가진 우주 입자로 알려진 ‘초고에너지 우주선(Ultra-High Energy Cosmic Ray)’의 생성 관련 가설 논문을 발표했다고 3일 밝혔다.
류 교수팀은 입자들이 처녀자리(Virgo) 은하단 내 천체에서 생성, 이와 연결된 은하 필라멘트(Filament of Galaxy)를 따라 떠돌다가 지구로 왔다고 제안했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이동 경로 제시.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처녀자리 은하단 내 천체에서 생성(Source)돼 은하단과 연결된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전파하다가(붉은색 곡선) 우리 은하로 오는 모습(남색 직선)을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경로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모사한 그림이다. 하얀색 점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이며, 생성 후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하다가 튕겨져 나가는 걸 보여준다. 2019.01.03. [자료=울산과기원] |
연구결과(논문명: Filaments of Galaxies as a Clue to the Origin of Ultra-High-Energy Cosmic Rays)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온라인판에 이날 오전 4시 발표했다.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입자 중에서 큰 에너지를 가진 것들을 ‘우주선(Cosmic Ray)’이라고 부른다. 이중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진 입자를 ‘초고에너지 우주선’이라고 한다.
이런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우주 입자가 어디서 어떻게 생성됐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남반구와 북반구에 거대한 망원경 등이 설치돼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관측하며, 그 기원을 밝힐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최근 성과는 미국 유타 주의 사막에 설치된 입자검출장치인 ‘텔레스코프 어레이(Telescope Array)’에서 나왔다.
텔레스코프 어레이 국제공동실험그룹은 지난 2008년 5월 11일부터 2013년 5월 4일까지 5년에 걸쳐 72개의 초고에너지 우주선(5.7×1019eV 이상)을 검출했다. 이중 19개가 큰곰자리 북두칠성 부근의 비교적 좁은 영역(hotspot)에서 나왔다.
북두칠성 근처에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만들어질 만한 천체가 없다. 이 때문에 천체물리학자들은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는 중이다.
류 교수는 “한국 연구진은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집중된 영역, 즉 핫스팟에서 처녀자리 은하단과 연결된 은하 필라멘트들이 있는 걸 발견했다”며 “처녀자리 은하단 속 천체에서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생성돼,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하다가 지구로 왔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모사해봤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우주라는 거대구조는 거미줄처럼 그물망(Cosmic Web)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필라멘트는 은하들이 가늘고 길게 나열된 줄 형태의 천체이고, 필라멘트가 교차하는 지점에 은하단이 위치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초고에너지 우주선은 은하단 속 천체에서 만들어졌고, 우주 공간 속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면서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한다. 하지만 일부 입자가 우리은하 방향으로 튕겨져 지상에서 드물게 검출되는 것이다.
류 교수는 “처녀자리 은하단에는 ‘처녀자리 A 전파은하(Virgo A Radio Galaxy)’처럼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포함하는 활동성 은하핵도 포함돼 있다”며 “이런 은하와 은하단 충격파 등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일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연구”라고 밝혔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