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연방정부의 부분적인 셧다운(업무 정지) 사태가 27일(현지시간)을 기해 6일째에 접어들었다. 25일까지였던 연휴로 드러나지 않았던 셧다운 여파가 점점 가시화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싼 대치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의원들이 의회로 복귀하는 이날인 27일에도 셧다운을 끝내기 위한 예산안 표결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럴드 E. 코널리(민주·버지니아) 하원의원은 "이제 연휴가 끝났으니 셧다운의 냉혹한 현실이 타격을 주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 보도했다.
현재 연방정부의 약 25%가 셧다운 상태다. 전국적으로 약 80만명의 연방 근로자가 영향을 받았다. 연방 공무원 약 25만명이 무급 상태로 집에서 쉬고 있다. 일시 해고된 것이다. 다만 공항 보안과 군, 긴급 서비스 종사자 등 필수 인력은 근무한다. 이 역시 무급이다.
전국의 국립 공원 다수가 문을 닫았다. 납세 기간을 수 주 앞둔 미 국세청(IRS)은 납세자 지원 라인들(assistance lines)을 폐쇄할 계획을 세웠다. 미 법무부는 한 연방판사에게 법무부 예산을 제공받을 때까지 특정 사건을 일시 보류하라고 요청했다.
하원 의원들은 27일 예산안 표결이 실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셧다운 사태가 최소 28일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본 셈이다. 의원들은 27일에 의회로 돌아와 예산안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셧다운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50억달러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지난 22일부터 시작됐다. 다만 25일까지 나흘 연휴가 이어지면서 큰 충격은 드러나지 않았다. 22일은 휴일인 토요일이었고, 24일은 임시 휴일로 지정된 까닭이다. 연방정부 업무가 재개된 26일부터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국경장벽 예산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은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이라크를 깜작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내년 1월말 연두교서를 앞두고 "장벽에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자들이 셧다운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묻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장벽이 필요하다"며 테러리스트들이 남부 국경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관점에서 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50억달러 국경장벽 건설 예산은 수용할 수 없다며 국경보안 자금으로 13억달러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국경장벽 건설 자금안을 수용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셧다운 '위협'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돼 위험한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셧다운이 다음주까지 이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생각이다. 국경보안 자금 13억달러마저도 앞서 공화당 의원들과 합의한 16억달러에서 줄어든 것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캘리포니아) 대변인은 내달 3일 국경장벽 건설 자금이 포함되지 않은 정부 예산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3일은 새 의회 회기가 시작하는 날이자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는 시점이다.
많은 연방 근로자가 급여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이전 셧다운에서는 무급으로 집에서 강제 휴가를 보낸 직원 등에 대한 급여를 소급 지급하는 법안을 통해 사태를 일단락지었지만, 의회가 이번에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상황이다.
한 국토안보부 직원의 아내인 마리아 오르테가(44)는 WP에 자신과 남편이 두 명의 자녀에게 셧다운에 대해 놀라지 않도록 이야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정부가 셧다운되면 아빠의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아이러니 한 것은 장벽 자금 때문에 셧다운이 시작됐는데, 장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돈도 받지 못하고, 피해를 가장 많이 본다"고 하소연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캐피톨 힐(국회의사당) [사진= 로이터 뉴스핌] |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