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업황 부진 대비 CEO 교체...대응전략은 달라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국내 빅2 석유화학사 LG화학,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대대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내년 업황 침체를 대비하는 모습은 같지만 가는 방향은 다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모두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수장을 교체했다. LG화학은 3M 출신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신학철 부회장을 대표로 영입했고, 롯데케미칼은 동남아 사업에 숙달된 김교현 사장을 롯데그룹 화학BU(Business Unit)장에 앉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통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가고자 하는 길이 보다 명확해 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신임 대표이사(부회장) 내정자 [사진=LG화학] |
우선 LG화학은 외부출신 인사를 파격적으로 영입해 석유화학사업 이외의 미래 신사업에 보다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1월1일부로 LG화학 대표로 취임하는 신학철 부회장의 경우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로 석유화학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기존 LG화학 최고경영자(CEO)들과 결이 다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을 하기 위해선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부터 잘 이해하고 그 흐름을 읽어 선재적 투자를 진행하는 게 중요한데 그걸 잘 한 사람이 바로 박진수 부회장"이라며 "석유화학 사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CEO로 데려온 것은 석유화학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그 외의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미래 신사업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업은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2차전지 사업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을 통해 거둬들이는 한 해 매출이 전체의 70%에 육박할 정도로 여전히 사업 포트폴리오가 석유화학에 치중돼 있다.
하지만 전지사업 부문 실적 비중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 말 전체 영업이익에서 전지사업부문이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은 1%에 불과했다면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론 6%를 기록해 3분기 만에 6배 가량 늘었다.
LG화학과 다르게 롯데케미칼이 방점을 찍은 부분은 규모의 경제다. 특히 주목하는 시장은 동남아 시장이다. 국내 석유화학 회사들의 특징은 중국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인데 롯데케미칼은 중국에서 벗어나 동남아를 중심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Business Unit)장 [사진=롯데그룹] |
그 핵심 키가 되는 것이 인도네시아 반텐주에 건설하려고 하는 나프나분해시설(NCC)다. 반텐주 NCC 건설은 롯데케미칼 자회사 LC타이탄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2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8개월간 구속되며 중단됐다. 신 회장의 출소와 함께 김교현 사장이 화학BU장으로 올라서며 NCC 건설사업은 내년부터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교현 사장은 LC타이탄 인수를 이끌었고, LC타이탄 대표를 맡으며 실적을 크게 개선시키기도 한 만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투자 및 건설 등에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5년간 5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50조 중 20조원을 화학과 건설 부문에 쓰겠다고 발표한 만큼 김 사장은 향후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 확장에도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의 통상무역이 단시간 안에 끝나지 않을 것 같고, 끝나더라도 중국 경기가 예전만 못 해 석유화학 업황은 점점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국내 석유화학사 입장에선 중국 다음으로 삼을 만한 곳이 동남아 밖에 없고, 특히 롯데는 규모를 확대해 적극적으로 동남아시장에 뛰어드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