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특감반원 ‘비위’ 폭로 논란으로 재조명
다른 뜻이지만 같은 뜻으로 혼동 많이 해
친여권 인사 ‘비위’ vs ‘비리’…뭐가 맞나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김태우 수사관(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로 정치권이 연일 들끓고 있다. 이른바 ‘여권 실세’들의 비위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청와대에서 쫓겨나 검찰로 돌아가야 했다는 것이 김 수사관의 주장이다.
정권 핵심부에서 터져나오는 공방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용어가 있다. 바로 ‘비위’와 ‘비리’다. 청와대 특감반원의 비위 폭로 논란으로 인해 ‘비위와 비리가 같은 말이냐’는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는 것.
언뜻 보면 두 용어는 같은 말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비위’와 ‘비리’는 엄연히 다른 뜻을 가진 다른 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했는지를 따져 보고, 반드시 구분해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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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청와대 전경. yooksa@newspim.com |
◆ 비위 “법을 어겼다” vs 비리 “이치‧도리를 어겼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비위(非違)에 대해 ‘법에 어긋나다 ‘그름’으로 순화한다‘고 설명했다. 비리(非理)에 대해선 ‘올바른 이치나 도리에서 어그러지다’라고 했다.
가령 어떤 고위 공직자가 음주운전을 했다면 이 고위 공직자는 ‘비위’를 저지른 것이다. 그런데 ‘비리’를 저지른 것도 맞다. 법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도리에도 맞지 않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고위 공직자에 대해 ‘비리 공직자’라고 한다면 이는 불충분한 설명이 된다. ‘도리에는 어긋나지만 법은 안 어겼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어서다.
반면 이 고위 공직자가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면 어떨까. 이 경우에는 ‘비리 공직자’는 맞지만 ‘비위 공직자’는 아니다. 도리에는 어긋나지만 법을 어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된 청와대 전 특감반원의 여권 실세 비위 폭로 논란으로 돌아가 보면, 김 전 특감반원은 자신이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나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 친여권 인사들의 ‘비위’를 보고해 청와대에서 나가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문제에 대해 일부 언론은 ‘비리’라는 용어를 사용해 보도를 했다. 그러나 우 전 대사나 이 사장의 경우엔 ‘비위’라고 해야 맞다.
우 전 대사는 1000만원대 뇌물수수 의혹이 있었고 이 사장은 납품 특혜 의혹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말 그대로 ‘의혹’이고 특히 우 전 대사의 경우 청와대에서 자체적으로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소지가 있다.
다만 사실일 경우 모두 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항들이다. 따라서 ‘비리’가 아닌 ‘비위’라고 해야 적절하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