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후끈 달아올랐다.
IT 대장주이자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를 이끌었던 이른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일원인 페이스북부터 신용카드사 마스터카드와 주택 자재 업체 로우스, 제약사 애브비까지 전업종에 걸쳐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데 뭉칫돈을 쏟아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블룸버그] |
증시 폭락이 두드러진 데 따라 주가 방어 필요성이 높아진 데다 내년 이후 글로벌 경기 악화 및 침체 경고에 설비 투자보다 자사주를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여기에 내년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유통 주식 수의 감소로 주당순이익을 부양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4일(현지시각) S&P 다우존스 지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200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92억달러에 비해 약 55% 급증한 동시에 2016년 초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한동안 주춤했던 자사주 매입 열기가 재점화된 것은 월가 투자자들이 2020년 미국 경기 침체를 경고한 데 따라 기업들이 고정자산 투자를 꺼리는 한편 여유 자금을 주주환원과 주가 방어에 투입하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 국채 장단기 수익률을 나타내는 일드커브의 역전 역시 기업 경영자들의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는 지적이다.
이달 들어서도 미국 간판급 기업들은 연이어 자사주 신규 매입 계획이나 확대 계획을 내놓았고, 해당 종목은 상대적인 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로우스와 중장비 업체 유나이티드 렌탈이 이번주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연초 이후 주가 낙폭을 크게 줄였다.
기록적인 하락을 연출했던 페이스북 주가가 이번주 5% 이상 뛴 것도 자사주 매입 확대 발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은 자사주 매입을 90억달러 늘리기로 했다.
페이스북 주가는 회원 정보 유출 스캔들과 국내외 규제 강화 움직임, 여기에 회원 증가 둔화가 악재로 작용, 연초 이후 18% 급락했다.
USAA 애셋 매니지먼트의 와지프 라티프 글로벌 멀티애셋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뉴욕증시가 10년에 걸친 장기 강세장을 기록하는 사이 기업들이 ‘큰손’을 자처하며 주가 상승 탄력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이 증시에 호재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월가는 최근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오히려 경제 펀더멘털에 흠집을 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 성장을 이끌기 위한 프로젝트와 설비 및 내구재에 대한 투자가 마비되면 실물경기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것.
경기 신뢰 저하와 투자 위축의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월가는 경고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