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페르시아만 국가들, 美 무슬림 의원들에 공격 가해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미국의 11·6 중간선거에서 무슬림계 여성 하원의원이 두 명 탄생해 정치계의 샛별로 떠오른 가운데, 페르시아만 국가들이 이들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집트 언론인 올라 살렘은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에 기고한 글을 통해 무슬림계 배경을 지닌 미국 신진 정치인들의 등장에 페르시아만 국가 지도자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1월에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의 팔레스타인계 라시다 탈리브와 소말리아계 일한 오마르는 무슬림 여성으로는 최초로 연방하원 입성을 확정 지었다. 그리고 중간선거 결과가 나온 이후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학계와 언론, 평론가들은 두 의원과 미시간주(州) 주지사 후보였던 압둘 엘 사예드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을 겨냥한 가장 흔한 공격 패턴 중 하나는 바로 무슬림형제단 소속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아랍권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이슬람 운동 조직으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에 적대적인 단체이기도 하다.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세 의원이 무슬림형제단의 비밀 조직원이라고 주장하며, 공격을 일삼고 있다.
일례로 오마르 의원이 당선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관 소속의 한 직원은 트위터에 "그(오마르 의원)는 걸프만 국가에 적대적으로 대할 것이며, 무슬림형제단으로 구현된 이슬람주의(정치적 이슬람)의 지지자"라고 비방했다.
지난 11월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미네소타 5선거구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소말리아계 일한 오마르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같은 종교' 하지만 '다른 신념'으로 무장한 美 무슬림 정치계 샛별들
미시간주 주지사에 도전했던 엘 사예드는 선거기간 때 부터 중동 국가들 언론으로부터 무슬림형제단 소속이라는 음모론에 시달려야만 했다.
엘 사예드는 올라 살렘에 이집트와 사우디, UAE 등의 정치 엘리트들이 미국에서 무슬림 배경을 가진 신진 정치인들의 등장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범한 중동인들에게 이들의 성공담은 감명 깊게 들릴 수밖에 없다. 또 이들의 등장은 "우리 국민들은 아직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는 중동 국가 독재자들의 주장에 모순점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돼버린다.
엘 사예드는 "사람들은 자국에서 권력을 잡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떠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들의 주장을 훼손시킨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이러니한 점은 내 조상들이 자고 나란 이집트에서 내가 지도자가 될 방법은 없다는 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올라 살렘은 또 중동의 지도자들이 새 무슬림 민주당 의원들이 자국의 정치 변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두려움도 안고 있다고 전했다.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미국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수백만달러를 쏟아 부어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떠오르는 신진 의원들은 이미 중동 지역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한 상태이며, 중동 국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필요조차 없다. 그리고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이들의 등장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의원들에 대한 인종차별을 이용한 공격도 성행하고 있다. 의원들 가운데서도 소말리아 출신의 오마르 의원이 인종차별 공세에 크게 시달리고 있다. 페르시아만 아랍 국가들에게 오마르 의원의 아프리카계 혈통은 좋은 먹잇감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랍 국가에 만연한 아프리카 대륙 출신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이용해 오마르 의원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일례로 한 트위터 이용자는 오마르 의원의 사진을 자신의 계정에 올리면서 "노예를 살 때는 막대도 함께 구입해야 한다"는 혐오성 발언을 적기도 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