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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딜리트 펴낸 김유열 EBS PD “혁신을 위해선 버려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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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식지도를 바꾼 콘텐츠 기획자
“딜리트의 기술은 버리는 기술”
“분산된 투자와 관심 딜리트하고 핵무기급 콘텐츠에 집중해야”

[서울=뉴스핌] 장현석 수습기자 = 때는 1999년. 뉴 밀레니엄을 맞아 모든 언론이 디지털 판타지로 달려갈 때 EBS의 한 기획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죽이고 죽여도 죽지 않고 남는 것, 깎고 깎여도 깎이지 않고 남는 것, 시공을 초월하고 변치 않는 것, 에센스, 본질···.’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나온 프로그램. 도올 김용옥의 ‘노자와 21세기’였다.

21세기를 사는 시민들이 열광했다. 그 열기에 방송계도 깜짝 놀랐다. 대한민국의 인문학 열풍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열풍의 진앙지 역할을 한 사람이 EBS 김유열 PD다.

혁신의 바람은 2000년 이후에도 계속됐다. 편성기획부장에 발탁된 김 PD는 EBS가 성공하기 위해선 EBS만의 고유한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기존 프로그램의 70%를 폐지하는 대신 유아, 다큐멘터리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08년 이후 시청률이 10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프라임 시간대 시청률은 무려 600%나 올랐다. ‘세계테마기행’ ‘극한직업’ ‘다큐프라임’등 EBS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 인기 프로그램도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 후 EBS는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미디어’ 2위에 올랐고 삼성그룹에 가치혁신 성공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김유열 EBS PD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뉴스핌 본사 스튜디오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2.12 pangbin@newspim.com

김 PD는 기획자로서 자신이 25년간 해왔던 업무의 성패를 분석하다가 ‘딜리트(DELETE)’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딜리트는 버리는 기술이다. 딜리트 전략의 핵심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전력을 집중하는 것”이라며 “줄이고 삭제하고 단순화하는 ‘딜리트’ 법칙을 통해 누구나 혁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혁신의 키워드는 <딜리트>라는 한 권의 책에 담겨 11월 출간됐다.

뉴스핌은 12일 서울 여의도 <뉴스핌> 스튜디오에서 김 PD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 PD와의 일문일답.

-책을 쓰게 된 동기는.

▲2008년 EBS가 프라임 시간대의 70%를 교육 다큐멘터리로 전면 개편하면서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그리고 EBS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EBS가 달라졌다’ ‘EBS가 가치혁신에 성공했다’며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출판사로부터 EBS의 성공스토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EBS의 변화에 '딜리트' 원리가 적용됐다는 것인지.

▲입사 8년차에 편성기획부장이 됐을때 생각은 교육방송이 살려면 가장 교육방송적이고 공익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당시에는 딜리트라는 말을 쓰지 않았지만 '선택과 집중' '차별화'해야 성공한다고 믿었다. 당시엔 유아 어린이 프로그램에 집중해 편성 비율을 한때 45%까지 높였다. 어린이 분야에서도 방송 4사중 꼴찌였던 EBS가 선택과 집중을 하니 시청률이 급상승해 1등까지 올라갔다.

2007년에 다시 편성기획부장이 됐는데 이때는 성인대상 프로그램을 혁신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프라임 타임대 프로그램의 70%를 폐지하고 교육 다큐멘터리에 집중했다. 사람들이 말초적인 즐거움에만 빠져 살지 않는다. 어려운 책을 읽으면서도 즐거움을 느낀다. 다큐도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이 먹혔다. 

-초다채널, 초다매체 시대인 지금도 ‘딜리트 전략’이 통한다고 보는가.

▲초다채널, 초다매체 시대야말로 ‘딜리트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초과잉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은 선택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인간의 뇌는 많은 것을 한꺼번에 인지할 수 없다.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흔히 햄릿 증후군이라고 한다.

딜리트는 사람들의 고민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면서 매출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독일에 알디(ALDI)라는 슈퍼마켓 체인이 있다. 알디는 품목을 획기적으로 딜리트했다. 월마트가 5만 개의 품목을 취급한다면 알디는 생필품 중심으로 1,500개 정도만 취급한다.

품목만 딜리트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도, 기획실도, 홍보도, 시장조사도 딜리트했다. 그러니 원가를 얼마나 줄일 수 있겠나. 알디의 경우 품목당 매출이 380억 원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이에 반해 월마트는 2000만 원 정도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김유열 EBS PD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뉴스핌 본사 스튜디오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2.12 pangbin@newspim.com

-다양한 이슈를 다뤄야 하는 뉴스의 관점에서도 딜리트 전략이 유효할까? 오히려 이슈 선점 등에서 뒤처지는 건 아닐까.

▲미국에 정치 전문 신문 ‘폴리티코’가 있다. 존 해리스가 ‘워싱턴 포스트’에서 독립해 나와 설립했다. 폴리티코는 정치 오타쿠를 대상으로 백악관, 의회, 행정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모두 보도한다. 대통령 보좌관이 결혼기념일에 어떻게 보냈는지 등 기존 매체에서 볼 수 없는 내용이다.

폴리티코는 창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급성장한다. 12명에 불과했던 정치 전문 기자가 2008년 40명, 2009년 75명으로 늘어나고 연간 수입도 2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경제, 경영, 국제정치, 공공정책 등 위주로 보도 범위를 제한했더니 2000년 72만 2,984부에서 2009년 142만 766부로 10년 사이 갑절로 늘었다. 신문이 사양산업이라고 하지만 딜리트 전략으로 이렇게 급성장한 신문도 있다.

-방송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은 위기를 맞고 있다. 케이블 종편도 마찬가지다. 방송 광고는 매년 줄고, 모바일이나 인터넷 광고로 대체되고 있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종합편성 역시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 풍족하지 않던 시절엔 종합선물세트가 좋았지만, 이젠 아니다. 지금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최강의 콘텐츠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HBO는 “It's Not TV. It's HBO”로 드라마 최강자가 됐다. 1995년까지는 HBO도 스포츠, 문화예술공연물, 할리우드 영화 등 다양한 편성을 했다. 그러다 잡다한 영역을 딜리트하고 극사실주의 드라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수를 줄이는 대신 투자 비용을 늘렸다.

그렇게 해서 완전히 새로운 드라마가 탄생했다. 그 첫 작품이 <오즈OZ>다. 교도소 수감생활을 생생하게 표현한 드라마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볼 수 없던 사실적인 드라마였다. 방송이 나가고 반응이 뜨거웠다. <소프라노스>라는 범죄드라마 역시 대박이 났다. 이들은 기존의 드라마 문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김유열 EBS PD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뉴스핌 본사 스튜디오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2.12 pangbin@newspim.com

-유튜브 같은 채널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국방송을 보면 답답하다. 유튜브가 대세라고 하니까 모바일 콘텐츠에 몰린다. 그러나 성공한 콘텐츠는 하나도 없다. 거대 콘텐츠를 생산해 온 방송 PD들이 모바일 콘텐츠를 만들고는 몇백만 뷰에 자축한다. 하지만 개인이 만든 모바일 콘텐츠는 몇억 뷰가 나온다. 이런 원가가 들어가지 않는 수억 뷰 콘텐츠는 넘쳐난다. 난 모바일 콘텐츠 만들기를 포기하라고 과감히 말한다.

넷플릭스를 보라. 그들은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먹고 살지만 절대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다. BBC도, NHK도, 디스커버리도, HBO도 모바일 전용 콘텐츠에 미래를 걸지 않는다. 대신 콘텐츠 퀄리티에 집중한다.

BBC와 디스커버리의 공동 제작 프로그램인 ‘플래닛 어스’ 11부작이 사실 멀티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콘텐츠라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플래닛 어스는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환상적인 자연 다큐를 선보였다. 거의 모든 나라, 모든 플랫폼에서 방영됐다.

이것이 콘텐츠의 힘이다. 방송사는 이제 플랫폼 회사가 아니다. 유튜브가 플랫폼 회사다. 콘텐츠 회사가 자꾸 플랫폼을 걱정한다. 콘텐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콘텐츠를 핵무기급으로 만들면 지상파도, 인터넷도, IPTV도, 모바일도, OTT에서도 서로 유통시키겠다고 덤벼들 것이다. 잡다하게 분산된 관심과 투자를 딜리트하고 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 

-책을 쓰면서 힘들었던 점은?

▲책을 쓴다는 일이 두려웠다. EBS PD가 되기 전 신문기자 생활을 할 때부터 글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처음 책을 쓰다 보니 무척 힘들었다. 거의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읽고 쓰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EBS 얘기만 쓰고 싶진 않더라. 전 시대를 관통하는 성공 원리가 무엇일지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 집필 의뢰를 받은 후 책이 나오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kintakunte8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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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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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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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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