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12일 '횡령' 이호진 재파기환송심 1차 공판
검찰 "이호진, 정상적 생활 가능…암환자들, 교정시설에 수용"
이호진 측 "도주·증거인멸 우려 없다…정상적 재판 진행 가능"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황제보석’ 논란이 불거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측이 보석이 취소될 이유가 없다고 12일 주장했다.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일방적으로 ‘재벌 특혜’를 주장하는 언론 보도에 배후세력이 있지 않나 의심이 든다”며 “보석은 법리적 검토에 따라 적법하게 결정된 것”이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검찰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라고 받아치며 즉각 반발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영준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20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의 재파기환송심 1차 공판 기일을 열었다. 검찰과 이 전 회장 측은 공판에 검찰의 보석 취소 요청에 대한 격론을 벌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황제보석' 논란이 불거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8.12.12 mironj19@newspim.com |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에서 보석 취소를 신청하지 않고 (보석 취소 검토) 요청한 것은 법조인들이라면 보석 조건 위반이나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며 “일각에서는 이 전 회장의 보석이 특혜라고 하는데 이는 불구속 재판 원칙이 실현된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법원의 보석 결정문에 따르면 △피고인의 현재 건강상태, 의학적 조치 내용 및 시급성 △공판진행 경과와 향후 심리일정 △증거인멸 및 도주 가능성 등이 다 고려된 것으로 단순 병보석이 아니다”라며 “피고인은 계속적인 의사 면담과 진료 등이 필요한 상태에서 보석 조건 위반도 없이 7년간 성실하게 재판을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또 “보석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보면 배후세력 등이 있다는 의심이 든다”면서 “검찰도 보석취소를 신청한 주요 근거가 언론보도라고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먼저 의혹을 제기하고 시민단체가 나서고 언론이 일제히 병보석이 특혜라는 보도를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태광그룹과 과거 경영권 분쟁 등을 겪으며 악연이 있는 일부 세력들이 국회의원 등에게 관련 내용을 흘렸고 일방적인 보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치료 등으로 인한 법 집행 정지는 필요하다”며 “언론에 얻어맞을 것이 무서워 (검찰이 모든 피고인들에 대해 구속 재판을 하는)무식한 짓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에 검찰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라 적절치 않다”고 즉각 반발했다.
또 “법원은 과거 도주우려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지만 피고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보석을 허가한 것인데 피고인은 최근 정상적 생활이 가능해 보석을 취소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교정시설에 미결수 포함 암환자가 300여 명 수감돼 있고 이 중 이 전 회장과 같은 간암 3기 환자도 16명이 수감돼 적절한 수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양측이 제출한 자료와 법정 진술 등을 토대로 조만간 이 전 회장의 보석취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결심이 이뤄지는 다음 공판은 오는 1월 16일 열릴 예정이다.
앞서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1월 섬유제품을 실제보다 적게 생산된 것처럼 조작하거나 불량품을 폐기한 것처럼 꾸미는 이른바 '무자료거래'를 통해 회삿돈 42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2004년부터 수 년 동안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같은해 3월 간암 치료를 위해 구속 집행이 정지됐고 이듬해 6월에는 법원의 병보석 허가로 석방돼 8년 가까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이 기간 동안 이 전 회장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는 모습이 일각에서 포착되면서 황제보석 논란이 제기됐다. 검찰도 이 전 회장의 재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보석취소검토 요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1심은 이 전 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2심은 형량은 원심과 같이 유지했지만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벌금을 10억원으로 줄였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횡령액을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또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도 파기했다.
환송 후 항소심은 대법원 취지에 따라 이 전 회장의 횡령액을 다시 산정해 약 200억원을 횡령액으로 인정,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파기환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지난달 ‘금융회사의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의 경우 조세포탈 혐의를 다른 죄와 분리해 심리·선고했어야 한다’는 이 전 회장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해당 혐의를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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