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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한국당 예산안 합의 '후폭풍'...각 당 손익계산 따져보니

기사입력 : 2018년12월07일 09:33

최종수정 : 2018년12월10일 17:49

민주당, 정기국회 내 처리·연동형 비례제 명문화 피해
한국당, 일자리 6000억·남북경협기금 1000억원 삭감
與, 우호적 평화당·정의당 지지 잃어...연말 정국 급경색
바른미래당, 무력감 재확인...손학규 무기한 단식 돌입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원내 제 1‧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지난 6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전격 합의하면서 야 3당이 거세게 반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법정처리 시한을 나흘 넘기며 12월 정기국회 사실상 마지막 날을 앞두고 극적 타결에 성공했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강력 촉구하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사실상 백지화됐고, 손학규 바른미래당·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한국당은 7일 오후 2시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2017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 순국선열·애국지사사업 기금운용계획 변경안 등을 동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yooksa@newspim.com

'예산 감액' 관철시킨 한국당...일자리예산 6000억·남북경협기금 1000억원 삭감

민주·한국당 간 예산한 합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한국당이 가장 많은 이득을 챙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부터 일자리 창출 예산을 ‘가짜 단기 알바(아르바이트)’ 일자리 예산으로, 1조1000억원 규모 남북협력기금은 ‘북한 퍼주기’로 각각 규정하며 대폭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들 예산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및 남북평화 정책의 핵심 사업들이다. 결과적으로 두 사업 모두 한국당의 의견이 상당수 반영됐다. 일자리 예산은 당초 정부안보다 6000억원이나 삭감됐다.

남북경협기금도 1조997억원에서 1000억원이 삭감됐다. 또한 철도연결 및 도로현대화 사업금에 대해서는 금액이 나오는 대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합의했다. 한국당은 남북경협기금의 65%가 비공개라는 점을 근거로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었다.

공무원 증원 폭도 당초 정부안보다 크게 줄었다. 양당은 정규직 전환과 의경 폐지로 인한 경찰인력 증가를 제외한 공무원 1만1000명 증원 요구인력 중 3000명을 감축키로 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 증원 규모는 당초 3만6000명에서 3만3000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근로장려세제(EITC)는 정부안을 유지하지만, 종합부동산세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 부담을 300%에서 200%로 완화키로 했다. 이 역시 한국당이 주장해 온 ‘종부세 폭탄’ 프레임 관점에서 보면 정부 의지를 약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안 처리 잠정 합의를 발표하기 전 협상장을 먼저 떠나고 있다. yooksa@newspim.com

민주당, 일단 정기국회 내 예산 처리..."한숨 돌렸지만 실리 놓쳤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를 맞는 내년도 예산안을 정기국회 내 처리했다는 점과 야 3당의 ‘껄끄러운’ 요구였던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명시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협상의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예결위 소소위까지 가동하면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원내대표 테이블로 옮긴 5대 핵심 쟁점, 예컨대 △남북경협 기금 △일자리 예산 △공무원 증원 △4조원 세수 변동 △특수활동비 중에서 한국당 요구안을 상당수 받아들여야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한숨은 돌렸지만 정작 실리는 한국당이 챙겼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당과 손잡음으로써 당 내 지도부에서 도입을 꺼리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명문화를 피한 것은 전화위복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던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또 다른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으로부터 ‘적폐 대상’으로 척을 지게 된 것은 뼈아픈 부분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당의 밀실야합 예산 처리를 보며, 그렇게 허구한 날 서로 물고 뜯고 싸우면서 대결국회를 만들어왔던 기득권 양당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 것만큼은 찰떡궁합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함꼐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바른미래·정의당 내부에서는 "이제 민주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겠다"는 반응 일색이다.

이에 따라 예산국회 이후 민주당이 한국당을 비롯한 바른미래·평화·정의당 등 야당과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경색된 정국을 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남북경협사업 등 문 정부의 주요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2019년도 예산안 합의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018.12.07 yooksa@newspim.com

무력감 높아진 바른미래·평화당, 민주당에 등 돌리는 정의당  

바른미래당은 이번 예산안 협상에서 얻어간 것이 거의 없이 무력감만 확인했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다. 30석의 의석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의 대치 정국에서 합리적인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자부했지만, 결국 예산안 정국에서 양당 합의에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간 예산안 합의에 이를 때까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연계를 고집했다는 차원에서 '수읽기'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역시 사실상 민주·한국당이 거부 의사를 표한데 대해 큰 힘을 쓰지 못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홍영표·김성태 원내대표와의 회동 중 중간에 뛰쳐나오기도 했다.

여야 간 협상과정에서 전혀 헤게모니(주도권)을 잡지 못한 셈이다.

민주·한국당 간 예산안 처리 합의 이후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참담한 심정으로 저 자신을 반성했다. 나이 70이 넘은 제가 무슨 욕심이 있겠나. 이제 저를 바칠 때가 됐다"고 토로했다.

손 대표는 6일 저녁 6시 50분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바른미래당 주변에선 "리더십 부재, 전략의 참패"라는 말들이 나온다. 

이로 인해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한국당, 민주당으로 이탈하는 탈당파가 조기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2019년도 예산안 합의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018.12.07 yooksa@newspim.com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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