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교원 임용계약, 학교법인 자유의사에 따라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교원 본연의 업무인 교육·지도나 학문연구 외에도 ‘신입생 모집 실적’도 평가 항목에 포함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선 학교 법인의 교원 실적에 대한 평가기준이 현행 법 체계를 현저히 위반하지 않는 한 존중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한 사립대학교 교원 A씨가 해당 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재임용거부처분 무효 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계약은 사립학교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만 누구를 교원으로 임용하고 어떤 기준과 방법에 따라 보수를 지급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학교법인의 자유의사 내지 판단에 달려 있다”고 판시했다.
또 “학교법인이 교원에 대해 성과급적 연봉제를 시행하기 위해 마련한 평가항목과 기준이 관련 법이나 규정 등을 위반하거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해 재량권 남용·일탈로 평가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준은 가급적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학교법인이 대학의 유지·존립을 위해 소속 교원으로 하여금 신입생 모집 등 입학홍보 업무에 참여하도록 요청하거나 교원이 관련 업무에 참여하는 것은 교원 본연의 임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을 뿐 아니라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부수적 업무에 포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핌DB] |
앞서 A씨는 지방 한 사립대학교 조교수로 임용돼 근무하다 소속 학교법인으로부터 재임용 거부 처분을 받고 이 처분이 무효라며 지난 2016년 해당 학교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 측은 재임용 거부 처분의 근거가 된 세부 평가기준 가운데 자신의 연구업적 평가가 부적절하게 이뤄졌고 교원 본연의 업무가 아닌 신입생 모집 실적을 평가 항목에 포함시킨 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부당하게 이뤄진 교직원수당규칙 변경에 따라 삭감된 보수 또한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규칙 변경 당시 기명 투표를 진행해 교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규칙 변경 자체가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다.
1심은 이 가운데 일부 보수 삭감이 위법하다고 보고 학교법인이 삭감된 봉급 약 280만원과 지연 손해금 등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세부 지급 항목을 고려해 보면 학교법인이 규칙에서 정한 보수보다 과다하게 보수를 삭감했다는 이유다.
재임용거부처분 무효 등 A씨의 나머지 청구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연구업적평가가 부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없고 그렇다하더라도 A씨의 점수가 재임용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규칙 변경도 적절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2심은 지급액 범위를 보다 넓게 산정했다. 교원 본연의 업무가 아닌 신입생 모집 실적을 교원 평가항목에 포함시킨 것이 부당하기 때문에 해당 항목을 제외해 A씨의 실적을 다시 평가하면 학교법인이 지급해야 할 보수와 수당이 늘어난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학교법인이 교원 본연의 임무와 관련 없는 실적 평가항목이 교원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방해받을 정도에 이른다면 이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라며 “신입생 모집 실적에 대한 배점이 16.75%에 달한다면 이는 허용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나머지 청구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