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동아에스티 등 자회사 실적 감소
"환율 하락 등 악영향"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제약사 효자 사업으로 꼽혔던 원료의약품 사업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환율이 하락하는 등 수출 환경이 악화된 데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매출 정체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 주요 제약사 원료의약품 실적 하락
원료의약품은 의약품을 만드는 원료 중 약효를 내는 핵심 성분이다. 국내 업체들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인정받아 머크, 화이자, 로슈 등 다국적 제약사 등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했다. 원료의약품 수출 규모는 2012년 10억5500만달러에서 지난해 14억7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이처럼 원료의약품 수출이 늘어나면서 제약사들은 원료의약품 자회사의 덕을 봤다. 원료의약품 자회사의 실적 증가에 따라 전체 제약사의 실적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3분기 유한양행, 동아쏘시오홀딩스 등 주요 제약사의 원료의약품 자회사 실적은 일제히 감소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자회사 에스티팜은 올 3분기 영업 손실 92억76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도 69.1% 감소한 133억8200만원에 그쳤다. 한미약품의 원료의약품 사업을 맡는 한미정밀화학도 적자 전환해 29억6000만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612억9600만원으로 9.8% 감소했다.
유한양행의 자회사 유한화학의 3분기 매출은 1215억87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 줄었다. 유한화학의 매출이 감소는 유한양행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종근당의 원료의약품 자회사인 경보제약의 영업이익도 52.5% 줄어든 35억3800만원으로 집계됐다.
◆ "악화된 수출 환경 탓"
업계에서는 원료의약품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환율 하락 등 수출환경 악화를 꼽았다.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은 것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경보제약은 주로 일본에 원료의약품을 수출한다"며 "판매량에는 차이가 없지만, 원료 원가가 상승하고 환율이 하락하면서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원료의약품을 공급받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실적 정체도 원인 중 하나다.
유한화학과 에스티팜은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의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와 '하보니'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 C형 간염 치료제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소발디와 하보니의 매출이 감소했다. 또 소발디의 높은 완치율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환자들도 줄어들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원료의약품을 공급받는 길리어드의 C형 간염 치료제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에스티팜의 수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 공장가동·신약개발 등 전략 펼쳐
그러나 업계에서는 원료의약품 실적 부진은 서서히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체들이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이달 길리어드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원료의약품 공급을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446억4096만원이고, 계약 기간은 내년 12월20일까지다.
에스티팜은 지난 10월부터 안산 반월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반월공장에서는 '올리고핵산치료제'의 원료를 생산한다. 올리고핵산치료제 세계시장은 2020년 12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또 에스티팜은 위탁개발 및 생산업체(CDMO)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 중이다. 신약을 개발해 이를 기술수출하고, 안정적인 원료의약품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경보제약은 지난 8월 프랑스 국립의약품청(ANSM)으로부터 아산공장의 항생제 원료의약품 생산 공정에 대한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GMP) 적합 판정을 받았다. 경보제약은 항생제 원료의약품인 '세포탁심'과 '세프트리악손'의 프랑스 수출을 추진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와 중국이 생산한 원료의약품은 대부분 저가 제품으로 국내 업체들과 시장이 겹치지 않는다"며 "업체들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만큼 원료의약품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