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9일 미쓰비시 강제징용·근로정신대 배상책임 확정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대법원이 29일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징용·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하면서, 하급심에서 진행 중인 비슷한 재판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박상옥)는 이날 고(故) 박창환 씨 등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6명과 이들 가족 23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미쓰비시 측 재상고를 기각하고 피해자들에게 1인당 8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같은 재판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여자근로정신대로 군수공장 등에서 강제 노역을 당한 양모 씨 등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도 확정했다.
두 재판에서는 박정희 정권에서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에 위자료 청구권이 소멸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1·2심 재판부는 손해배상 채권 시효가 소멸됐다고 보고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배상청구권이 아직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파기환송후 환송심을 맡은 재판부는 1인당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춘식 강제징용 피해자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등 전원합의체에서 승소판결이 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30 kilroy023@newspim.com |
대법원은 원심이 옳다고 봤다. 이같은 판단은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길잡이가 됐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신일철주금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 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으로서 청구권 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이 미쓰비시를 대상으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인 만큼, 현재 하급심에서 진행 중인 미쓰비시 상대 다른 재판에도 피해자들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고법 민사2부(최인규 부장판사)는 내달 5일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2차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을 선고할 예정이다.
미쓰비시 관련 소송 외에도 지난달 대법원 전합체 선고 이후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잇따라 재개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2부(임성근 부장판사)는 최근 근로정신대 피해자 등 27명이 또다른 일본 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을 진행했고 민사13부(조한창 부장판사)도 신일철주금 상대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변론을 열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정부가 최근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고 대법원도 한 달 간격으로 잇따라 일제 강점기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냉각된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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