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적 화법과 '경제 살리기' 집중한 결과
[서울=뉴스핌] 김은주 기자 = 지난 24일 대만 중간선거에서 한 국민당 소속 후보자가 지역적 연고도 없는 민진당의 텃밭 가오슝(高雄)에서 15만 표차로 압승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이름 때문에 느닷없는 “한류열풍”까지 일으키고 있는 화제의 인물 ‘한궈위(韓國瑜)’ 당선자는 직설적인 화법과 경제 최우선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중국 매체들은 분석한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한 한궈위 [사진=바이두] |
선거유세 기간 그는 과일 시장에 들러 “만약 제가 당선된다면, 당선 당일 이곳에서 하룻밤을 자겠다”고 약속해 시장 상인들의 환심을 샀다. 또 선거 토론회에서 “제가 만약 비리를 저지른다면 늙어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살겠다”며 투명하고 깨끗한 행정을 강조해 민심을 잡았다.
정치 이슈보다는 서민 경제 살리기에 집중한 것도 그가 이번 선거에서 승기를 잡은 요인으로 풀이된다. 한궈위는 “나이 들고 가난한 가오슝에 불어닥친 경제 불황이 서민의 삶을 집어삼켰다”며 “가오슝을 부자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중국 매체는 한궈위의 이번 압도적인 승리에 대해 경기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가오슝 시민들의 갈망이 선거 결과로 표출된 것으로 분석했다.
또 그동안 탈중국을 외치며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어온 집권 여당인 민진당에 대한 피로감도 한궈위의 당선에 한몫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궈위는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에 대립각을 세운 차이잉원 정권과 달리 원만한 양안관계를 통해 경제면에서 실리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궈위 당선자의 양안관계(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중국은 하나다'라는 관점이다. 펑파이 중국 매체에 따르면 그는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인정하며, 향후 양안 관계 전담반을 따로 만들어 중국과의 교류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궈위는 직설적이고 다소 다혈질로 알려졌으며 정치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정치인이다. 한궈위는 1993년 국회 회의장에서 책상을 뒤집어엎은 일로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적이 있다.
당시 모 국회의원이 “퇴역 군인을 부양하는 것은 돼지를 기르는 것과 같다”는 발언을 하자 군인 출신이자 퇴역 군인 가정 출신이었던 한궈위가 이에 분개해 소란을 피운 것. 한궈위는 이 사건 후 주요 선거에서 낙선하며 20년간 줄곧 정치계 외곽에서 야인생활을 하다시피 지내왔다.
한편 한궈위가 민진당의 아성으로 여겨지던 가오슝을 접수하는 등 국민당이 대승을 거두면서 집권 여당 당수인 차이잉원은 주석직을 사퇴했다. 민진당은 중요한 지역인 가오슝뿐만 아니라 신타이, 타이중,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도 줄줄이 패했다. 차이잉원은 이번 지방선거의 대참패로 인해 2020년 재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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