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여의도 노래방업주 3천여명 모여
유사업종과 형평성, 청소년 보호 문제가 걸림돌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노래방 업주들 3000여명이 야구장이나 극장처럼 노래방에서도 캔맥주를 팔 수 있게 할수 있게 해 달라며 23일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었다.
전국노래연습장업협회는 이날 "노래연습장이 생긴 지 27년 만에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음산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며 "시대에 뒤쳐진 음산법 개정을 촉구한다"고 주장혔다.
하필수 서울시노래연습장업회 회장은 “주류 판매 세금을 낼 테니 캔맥주라도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 밤 10시 이후부터 팔수 있게 해 달라는 게 우리 요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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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업주들이 23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래연습장 캔맥주 판매를 허용하라고 요구중이다. 2018.11.23 [사진=김현우 기자] |
◇불법인줄 아는데...안팔면 손님 떠난다
노래방 업주들은 스스로를 ‘여기서 차이고 저기서 맞는 신세’라고 불렀다. 손님 요구대로 맥주를 팔자니 불법이고 팔지 말자니 손님이 떠난다는 의미다.
노래연습장에서 술을 팔지 못하는 이유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때문이다. 법에서는 노래연습장에서 술을 판매하거나 도우미를 부를 수 없다. 하지만 노래방 업주들은 현행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범법자만 양산한다고 주장했다.
행정처분과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쉽게 신고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술값이나 노래방 이용료를 갈취하는 경우도 잦다고 노래방 업주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 중랑구에서 노래방을 영업하는 조한희(61)씨는 “다들 술을 한잔씩 걸치고 노래방에 오는데 맥주를 팔지 않는다고 하면 손님이 나가거나 아니면 직접 사온다”며 “이 탓에 단속이 나오면 벌금을 물고 전과자가 된 노래방 업주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1년전 노래방을 열었다는 채모(45)씨도 “걸려서 벌금을 내느니 맥주를 주고 술값을 받지 않는 게 더 싸게 먹힌다”며 “또 술을 팔았다는 걸 빌미로 신고 협박을 해 노래방 이용료를 내지 않는 경우도 1주일에 2~3번씩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주류 제공으로 인한 노래방 법령 위반 적발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10월4일)에 따르면 2017년 적발 건수는 5208건이었다. 2013년 4666건, 2014년 4333건, 2015년 4322건으로 감소하다 2016년 4641건으로 반등 후 급증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공공연하게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며 “현행 법제도가 노래연습장 이용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취지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 오후 10시 이후 노래방에서 맥주와 탁주를 판매할 수 있게 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이 개정안은 계류 중이다.
◇유사업종과 형평성과 청소년 보호가 발목
노래연습장 내 주류 판매는 청소년 보호와 유사업종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행법상 반주기를 들여놓고 운영할 수 업소는 노래연습장·단란주점·유흥주점으로 나뉜다. 노래연습장이 반주기를 갖춘 업소라면 단란주점은 노래연습장에 더해 주류판매가 가능하다. 유흥주점은 주류판매에 더해 접대부까지 고용할 수 있다.
노래연습장은 주거지에서도 등록만하면 가능하고 청소년 출입도 허용된다. 반면 단란주점이나 유흥주점은 청소년 출입이 금지되고 상업지역에서 시설요건을 갖추고 영업허가를 받아야 하는등 강한 규제를 받고 있다.
영등포에 위치한 한 유흥업소 업주는 “지금도 주류세나 봉사료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술을 팔고 접대부를 들이지 않냐”며 “술을 팔고 싶으면 허가를 받아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으로 업종을 바꾸는 게 낫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도 노래연습장 주류 판매를 금지한 게 적절한 입법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2006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 위헌소원에 대해 주류를 판매하고 싶은 사람은 업종을 전환하면 되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맥주 판매 금지는 공익성에 부합해 적절하다고 결론내리면서 노래방 주류 판매 금지는 적절한 입법행위였다고 밝힌 바 있다.
허라윤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음산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 노래방 소비자들의 편익은 오를 수 있지만 단란주점이나 유흥주점과 업종 구분이 모호해지고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심의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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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업주들이 23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래연습장 캔맥주 판매를 허용하라고 요구중이다. 2018.11.23 [사진=김현우 기자] |
with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