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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기사계첩 국보로 승격…궁중회화 중 최고 수준

기사입력 : 2018년11월22일 17:54

최종수정 : 2018년11월22일 17:54

계첩에 수록된 그림, 화려한 채색·섬세한 묘사
수준 높은 색채와 구도, 세부 표현도 눈길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8세기 초 대표적 궁중회화로 꼽혀 온 보물 제929호 '기사계첩'을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고 22일 밝혔다.

1987년 보물 제929호로 지정된 '기사계첩'은 1719년(숙종 45년) 숙종이 59세로 기로소(耆老所, 70세 이상 정2품 이상 직책을 가진 노년의 문관을 우대하던 기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한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契)를 하고 궁중화원에게 의뢰해 만든 서화첩이다. 행사는 1719년에 시행됐으나 참석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1720년에 최종 완성됐다.

기사계첩 사연도 [사진=문화재청]

계첩은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를 조직해 만든 화첩으로, 보통 참석한 인원수대로 제작해 나눠 갖은 것이 풍습이다. 오늘날 기념사진과 유사하다.

계첩은 기로신 중 한 명인 문신 임방(1640~1724년)이 쓴 서문과 경희궁 경현당 연회 때 숙종이 지은 글, 대제학 김유(1653~1719년)의 발문, 각 의식에 참여한 기로신들의 명단, 행사 장면을 그린 기록화, 기로신 11명의 명단과 이들의 반신 초상화, 기로신들이 쓴 축시 등으로 구성됐다.

계첩에 수록된 그림은 화려한 채색과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 명암법을 적절하게 사용해 사실성이 돋보이는 얼굴 표현 등 조선 후기 '궁중행사도' 중에서도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첩의 마지막 장에 제작을 담당한 도화서 화원 김진여, 장태홍 등 실무자들의 이름이 기록된 것도 다른 궁중회화에서는 찾기 어려운 '기사계첩'만의 특징이다.

수준 높은 색채와 구도, 세부 표현에 있어 조선 시대 궁중회회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작품으로 18세기 이후 궁중행사도 제작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문화재청 측은 "제작 당시의 원형을 거의 상실하지 않았을 정도로 보존상태가 좋고 그림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 조선 시대 궁중회화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어 국보로 승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문화재청은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등 3건은 보물 지정을 예고했다.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는 14세기경에 제작된 고려 시대 작품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의 자비력을 극대화한 불화다. 고려불화 중 유일하게 알려진 천수관음보살도일 뿐 아니라 다채로운 채색과 금색 물감(금니)의 조화, 격조 있고 세련된 표현 양식 등 고려불화의 전형적인 특징이 반영된 작품으로 종교성과 예술성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문화재청은 '기사계첩'과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등 4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국보‧보물)로 지정할 계획이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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