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범죄 공모자에게 적용시키겠다는 것”
“법원행정처장 근무 시기에 따라 일부 혐의 다르게 적용”
“사법농단은 현직 판사가 권력에 붙은 ‘현관결탁’”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검찰이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전직 대법관을 잇달아 소환 조사하면서, 해당 사건 최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조사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농단 구속1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오는 23일 조사 대상인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도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직권의 남용’은 공무원이 일반적·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즉,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 남용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은 공무원의 직무행위 목적, 이 과정에서 필요성 상당성 여부, 직권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의 제반 요소를 고려한다.
검찰은 고 전 처장이 지난 2016년 9월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와 비위 의혹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관련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2015년 문 모 판사의 비위 의혹을 검찰로부터 통보받았지만 구두 경고하는 데 그쳤다.
또 고 전 처장은 2014년 당시 대법관 재직 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킨 서울고법의 결정을 뒤집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판사는 독립적으로 판결을 내리는 만큼, 단순히 판결만으로는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때문에 검찰이 해당 의혹을 증명시킬 만한 관련자 진술 및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오전 대법원에 출근하고 있다.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지난 14일 기소된 임 전 차장의 240여쪽 분량 공소장에는 30여개 범죄 혐의가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임 전 차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에 따른 공무집행 방해△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등 위작 및 행사 등 죄명을 적용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장에 고영한 전 대법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공모한 것으로 적시됐다면, 직권남용 등 혐의를 이들에게도 적용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들의 처장 근무 시기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일부 혐의 적용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번 사건은 그동안 사법부의 문제 중 하나인 ‘전관예우’를 넘어 현직 판사가 권력과 붙어 직권을 남용하는 등 ‘현관결탁’으로 비유할 수 있다”면서 “탄핵소추 대상으로 거론되는 수십명의 판사 명단이 법조계에 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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