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3조원 주주환원책 요구…현대차 "공식입장 없어"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초과자본금의 주주 환원 등을 요구하며 또다시 공세에 나섰다. 지난 5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 반대에 이어 벌써 이번이 세번째다. 현대차는 엘리엇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일단 공식 대응을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자본이 적정 수준을 넘게 보유하고 있는 반면 주주 배당은 업계 기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에 최대 13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자동차 컨설팅사 콘웨이 맥켄지의 '독립 분석보고서'를 공유했다고 13일 밝혔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 |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로 현대차는 8조∼10조원, 현대모비스는 4조∼6조원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과거 잉여현금흐름의 불투명한 운용으로 상당한 자본이 비영업용 자산에 묶여 있다"며 "주주환원 수준이 업계 기준에 지속해서 미달됐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이 배당을 요구한 초과자본은 이익잉여금과 주식발행초과금 사업확장적립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기업들은 이들 초과자본을 주주배당 재원으로 활용한다.
엘리엇은 또한 "기존 개편안이 철회되고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차그룹은 기업구조 개편을 진전시키기 위한 어떠한 실질적인 소통도 하지 않고 있다"며 각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적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을 요구했다.
아울러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엘리엇 및 다른 주주들과 협업하는 한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초과자본금을 환원하고 현저히 저평가된 현재 가치를 고려해 자사주 매입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 밖에 모든 비핵심 자산에 대한 전략적인 검토를 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선 엘리엇의 주장에 대한 공식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떼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 했으나 엘리엇 등의 반대로 보류한 상태다.
또 지난 8월에는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의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을 현대차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핵심 부품사업을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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