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유엔(UN) 인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대기업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라다, 스타벅스, 에르메스, 크래프트하인츠 등 유명 대기업들도 대거 포함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 시민단체인 기업인권기준(CHRB)은 주요 100여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유엔이 정한 인권보호 기준을 따르는 기업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평가 점수가 가장 높은 기업은 스포츠 전문 브랜드 아디다스였다. 아디다스는 투명성, 강제노동성, 최저임금 등에 관해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기업 관행 및 정책 평가에서 100점 만점 중 87점을 획득해 1위에 올랐다. 호주 광업회사 리오틴토와 BHP빌리턴이 각각 2,3위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전체 기업의 약 3분의 2가 30점이 채 안 되는 점수를 얻었으며, 평균 점수는 27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CHRB 대표인 마가렛 와첸펠드는 “대부분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2500만명이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조사 결과로 대기업들이 ‘현대판 노예제’를 시행한다는 오명을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은 인권침해 여부를 자체 조사하는 제도인 인권실사 평가도 전혀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조사 기업의 40% 이상이 인권실사 평가에서 0점을 받았다고 전했다.
CHRB는 낮은 점수가 실제 나쁜 관행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으나, 인권 침해 리스크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무심한 기업 관행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꼴찌 불명예를 안은 곳은 중국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이며, 이어 점수가 낮은 곳은 패션회사 하일란 홈이다. 두 회사 모두 논평에 응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스타벅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와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에르메스도 최저 순위에 가까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스타벅스 대변인은 자사가 인권을 침해하는 정책을 절대 허용하지 않으며, “가능한 가장 윤리적인 방법으로 제조된” 커피를 제공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르메스는 기업 조직과 핵심 가치, 제조 공정이 모두 인권과 노동법에 기반한다고 강조했다. 두 기업 모두 자체 인권보호 노력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며, 평가 방법에 의문을 제기했다. 프라다 대변인은 사측이 논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영국 시민단체인 ‘노동착취 포커스’의 캐롤라인 로빈슨 대표는 조사 결과에 우려를 표하며, “요약하자면 기업들이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기업들이 의미있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면, 정부가 개입해 기업 책임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HRB는 기업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투자자들도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 CHRB에 따르면 보험사 아비바와 스웨덴 은행인 노르디아, 네덜란드 연금 운용사인 APG는 이번 조사 결과를 향후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데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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