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교장 등 3명은 불기소 의견.."증거 불충분"
쌍둥이 시험지서 정답 목록 적어놓은 흔적 등 확인돼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경찰이 서울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결론 내리고 전 교무부장 A씨와 쌍둥이 자매를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수사결과 브리핑을 갖고 "업무방해 혐의로 A씨와 그의 쌍둥이 자매 등 3명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를 받던 전임 교장과 교감, 정기고사 담당교사 등 3명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 A씨는 지난해 정기고사에서 총 5회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뒤 이를 자신의 쌍둥이 자녀들에게 유출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이 쌍둥이 자매는 1학년 1학기때 각각 문과 121등, 이과 59등이었으나 2학기에는 5등, 2등으로 성적이 크게 올랐다. 이처럼 성적이 급격히 오르면서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되자 서울시교육청은 8월3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5일 저녁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 2018.09.05. sunjay@newspim.com |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쌍둥이 자매의 휴대폰을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원한 결과, 영어시험의 서술형 답안이 저장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쌍둥이의 시험지에서 미리 외워온 정답 목록을 적어놓은 흔적도 발견됐다. 계산이 필요한 일부 물리시험에서도 정답만 있을뿐, 계산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외에도 압수수색 등을 통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과 미적분 과목 새 시험지를 발견했다.
쌍둥이 자매는 경찰에 "시험 뒤에 채점하려고 시험지에 메모한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A씨는 올해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지가 교무실 금고에 보관된 당시 근무 대장에 기록하지 않고 야근한 사실도 확인했다. A씨는 경찰에 "평소 초과근무 때보다 일찍 퇴근해서 별도로 근무대장에 기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와 관련한 수사를 의뢰하자 자택 컴퓨터를 교체한 부분에 대해서는 "컴퓨터가 노후돼 교체한 것 뿐"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9월 5일 숙명여고 교무실과 A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이후 숙명여고 교사 등 참고인들과 함께 A씨 등 피의자 6명을 상대로 각 2~5차례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전임 교장과 교감, 정기고사 담당교사 등 3명에 대해서는 문제유출을 방조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 시험문제 출제부터 보관, 채점 등 전 과정에 대한 보안지침을 명확히 마련하고, 시험지 보관장소 CCTV 설치·금고 개폐이력 저장 등 시설 보안강화 조치가 필요하다"며 "또 재학생과 시험 출제와 관련된 교원의 특수관계를 사전에 정확히 확인해 해당 교원을 배제하는 통일된 규정 명문화 등 필요사항을 교육청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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