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사극에 처음 도전한 드라마…어려웠지만 좋은 결정"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백일의 낭군님’을 통해 첫 사극에 도전했다. 한 아름 걱정을 안고 시작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배우 김선호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시도로 호평을 받은 작품을 하나 더 추가했다.
김선호가 최근 종영한 tvN ‘백일의 낭군님’을 통해 지금껏 선보인 인물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리고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호평까지 얻었다. 극 중에서 한성부 참군 정제윤 역으로 열연을 펼쳤던 그를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핌이 만났다.
배우 김선호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
“사실 촬영이 끝났을 땐 시원섭섭함이 컸어요. 그 배역을 잘 소화했는지도 궁금했고요. 이젠 드라마 자체가 끝나니까 동료 배우들을 못 본다는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짠한 마음이 지금은 큰 것 같네요. 결과도 좋고, 행복하게 끝났는데 결말도 좋아서 조금은 더 짠해요.”
시청률 5%(닐슨, 전국기준)로 시작해 무섭게 치솟던 시청률은 14.4%, 최고 시청률 16.7%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고 지상파 포함 전체 월화드라마 1위를 차지했다.
“정말 예상하지 못했어요. 한치 앞도 모르는 상황이었거든요. 감독님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청률이었고요. 그리고 너무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기대가 무너지면 무섭잖아요(웃음). 시청률이 잘 나와서 7~8%대는 나왔으면 좋겠다는 얘길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시청률이 좋아서 기분 좋았죠. 하하.”
‘백일의 낭군님’은 내용과 더불어 시청률 공약 이벤트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극 중 남자 주인공이자, 엑소로 활동하고 있는 도경수(디오)의 히트곡 ‘으르렁’ 안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연습 때는 정말 열심히, 성의 있게 했어요. 그런데 자꾸 안무를 까먹더라고요. 영상이 공개되고 나서 저는 못 추는 건데, 그 모습이 성의 없어 보일까 걱정했어요. 괜스레 죄송스럽더라고요. 연기는 10년 이상 해서 긴장이 되지 않는데, 태어나서 누군가 앞에서 춤을 춘 게 이번에 처음이었어요. 너무 부끄러웠죠. 그 당시에는 ‘나는 엑소다’라고 최면을 걸면서 했어요. 춤을 시작하면서 끝날 때까지 아무 기억이 없어요. 하하.”
배우 김선호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
이번 드라마를 통해 춤에 첫 도전했다. 그보다 앞서, 사극에도 처음 도전한 셈이다. 10년간 연극과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했지만, 이번 작품은 김선호에게 가장 큰 용기가 필요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준비할 때도 그렇고 너무 어려웠어요. 사투리처럼 정해진 것도 아니고, 배우들마다 사극 톤이 다르더라고요. 억양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너무 고민됐죠. 우리 판소리를 보면 말의 억양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들어가면 도움 될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너무 낯설고 어려워서 이 역할과 만나는 과정 또한 더뎠고요. 많은 고민을 하니까 연기적으로도 더 발전할 수 있었어요. 저한테는 어려웠지만 결과로는 좋은 결정이었습니다.”
김선호가 맡은 극 중 정제윤은 한성부 참군에 뇌섹남이다. 그러나 앞길이 꽉 막힌 서자 출신이다. 영특한 두뇌로 사건 해결 실마리를 알아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서사가 두드러지게 드러난 적은 없다.
“이 친구는 혼잣말도 많고, 혼자 추리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기본 대사 세줄 이상은 혼자 읊거든요(웃음). 듣는 사람이 지루하거나 불편하지 않길 바랐어요. 진지할 땐 진지하면서도 평안함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저 혼자 이 친구를 유추하고 혼자 전사를 생각하면서 대사를 했는데, 시청자 분들이 느끼셨을 때 ‘이 추리가 그래서 그런 거야’라고 생각하셨다면 성공한 것 같아요. 대사를 하는데 합당한 이유를 세우는 게 제일 중요했어요. 해당 주제에 대한 이야길 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죠.”
배우 김선호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
‘백일의 낭군님’은 김선호에게 폭염을 맛보게 했고, 장르물이 주는 두려움도 맛보게 했다. 그러나 결과로 봤을 때 그는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었고 갇혀 있는 틀을 깰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제가 이 작품 대본 리딩 하루 전날 출연을 확정지었어요. 그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극’이라는 주제가 제일 무서웠고, 저한테는 이 장르를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촬영은 끝났지만 여전히 무서워요(웃음). 복장도, 더위도요. 하하. 하지만 다음에 또 사극을 한다면 내 연기가 그 인물에 조금은 더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확신은 들죠. ‘백일의 낭군님’은 갇혀 있는 저를 일깨워준 작품이에요. 저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어요. 이제는 스스로에 대해 비판하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2년 사이에 벌써 드라마로만 다섯 작품을 선보였다. 다작 아닌 다작을 했지만, 허투루 연기한 것은 절대 없다. 그는 “장난으로 연기한 적은 없다. 진중하게 임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기할 때 장난처럼, 진중하지 않게 한 적은 없어요. 그런 것도 싫어하고요. 그래서 역할을 맡을 때마다 배역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어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건 ‘저 배우와 다음 작품도 함께 하고 싶다’라는 말을 듣는 거예요. 가벼운 역할을 맡더라도, 대중 분들에게는 앞으로가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고요(웃음).”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