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간 5조원 투입…17개 기관 약정 완료
미국·중국·영국 등 전 세계 주요 연구진 참여
[런던 로이터=뉴스핌] 최윤정 인턴기자 = 150만종에 달하는 지구상 모든 다세포 생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지구 바이오 게놈 프로젝트'가 1일(현지시각) 출범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연구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지구 바이오게놈 프로젝트 [출처=earthbiogenome.org] |
해리스 르윈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지난 4월 공개한 '지구 바이오게놈 프로젝트(EBP)'는 이날 런던에서 설명회를 갖고 정식 출범했다.
EBP는 '생물학계의 차기 달 탐사선 발사(moonshot)'이라고 묘사되며 획기적인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으며, 앞으로 10년간 총 47억달러(약5조2640억원)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재원은 자선기금과 각국 정부의 예산지원으로 충당되며 이미 17개 기관이 약정에 참여했다.
이번 프로젝트와 비견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13년간 총 30억달러를 들여 지난 2003년 인간의 DNA 지도를 완성했고, 현재 질병 치료와 신약 개발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EBP 회장을 맡은 르윈 교수는 설명회에서 "생물학의 새로운 토대를 다져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인간 사회를 유지시키는 것이 EBP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유전자 지도와 같은 청사진이 있으면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고, 생명과 진화의 법칙을 이해하고, 희귀종이나 멸종위기종을 보존할 새로운 방안을 알아내는 데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농업과 의학분야 연구에도 새로운 자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BP에는 전 세계 주요 연구진이 참여한다. 미국 연구진은 척추동물 6만6000여종, 중국 연구진은 식물 1만여 종을 맡았고, 글로벌곤충게놈연구(GAGA)는 200여 종의 곤충 게놈 분석에 나선다. 글로벌 자선보건단체 '웰컴 트러스트' 산하 연구소인 WSI는 영국 내 6만여 종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다.
짐 스미스 웰컴 트러스트 과학담당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 처럼 '국제적인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며 "EBP로 건강과 질병에 대한 연구를 뒤바꿀 수 있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전염병을 치료하는 방법과 노화를 막는 약품을 만드는 방법, 전 세계 식량부족을 해결하는 방법 등에 대한 혜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이 끝난 다세포 생물종은 3500종이 채 안 돼 전체 생물의 0.2%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중 참고자료로 이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분석이 끝난 것은 100종도 되지 않는다. EBP는 연구원들이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게놈 지도를 수천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르위 회장은 "생물다양성이 급격히 줄고 멸종위기에 처했거나 이미 멸종된 생물종이 늘고 있다"며 EBP 진행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아직까지 과학 연구 대상이 되지 못한 80~90% 가량의 생물을 발굴하는 이 프로젝트에 일반 시민 과학자들의 참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yjchoi753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