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서 사우디 주도 연합군 지원해온 미국서도 '반발' 커져
폼페이오·매티스 "내전 모든 당사자, 공격 중단해야"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사건의 파장이 예멘 내전의 종식을 촉구하는 평화의 목소리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31일(현지시간) 카슈끄지의 죽음이 미국의 예멘 내전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불러오는 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국가 연합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지원을 받으며 예멘에서 3년 반 동안 친(親)이란 후티 반군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예멘 내전은 자국의 인구 절반인 1400만명을 굶주림에 몰아넣을 뿐 아니라 1만명이 넘는 민간인 사망자를 낳아 최악의 인도적 위기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내전과 관계없는 한 언론인의 죽음이 일으킨 파장이 내전을 소강상태에 접어들게 만드는 등 전쟁의 양상을 모두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
시위대가 자말 카슈끄지 죽음의 진상을 밝히라며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 카슈끄지의 피살 배후에 사우디 왕실이 지목되면서 국제 사회와 미 의회 내부에서 예멘 내전에서 연합군을 이끄는 사우디에 대한 지원 중단을 강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사우디에 열렬한 지지자였던 의원들마저 사태가 불거지자 등을 돌리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사우디와의) 관계는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가치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 나는 존 매케인 의원과 함께 미-사우디 관계에 큰 지지의 목소리를 보내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나는 완전히 배반당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예멘 내전에 개입한 모든 당사자에게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제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대한 미사일과 무인항공기(UAV) 공습 등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에 이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우리는 평화를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한다. 미래에 할 것이라고 말하면 안 되며, 앞으로 30일 이내에 이 일(평화 협상)을 해야만 할 필요가 있다"며 내전 종식과 평화 협정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워싱턴에서 열성적으로 지원해온 예멘 내전 참전을 카슈끄지 사태 이후 일종의 '독'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CNN은 미국의 '갑작스러운 평화를 향한 열정'에 사우디와 UAE를 비롯한 연합군이 준비도 안 돼 있을 뿐 더러, 예상하지 못한 공격을 당한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연합군이 예상하지 못한 미국의 반응에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연합군의 호데이다(후티 반군 점령지) 탈환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연합군의 소식통은 CNN에 연합군이 크게 패한 적이 있으며, 내부에서도 분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후티 반군도 마찬가지다. 유엔(UN)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굶주림 문제에 직면한 상태다. 여기에 점령지에서 반군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으며, 이란의 지원을 군사적으로 유용하지만 전략적으로 위험하다고 보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즉, 양측 모두 미국의 내전 휴전 요구를 받아드릴 만한 교착상태에 빠져 있으며,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한 언론인의 죽음이 내전 종식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