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소송 제기 후 13년 만에 최종 판결
대법 "원고들, 한일청구권협정 적용 대상 아냐"
원고 4명 중 3명 사망…생존자 "혼자 남아 가슴 아파"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대법원이 13년 만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30일 고(故) 여운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최종적으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원고들의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대법관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면서도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구하고 있는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 사진공동취재단 |
이어 “원고들은 단순한 보상금을 구하는 게 아니라 일제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 지배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당시 일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법적 대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고 이에 따라 양국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 성격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원고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이춘식(94) 씨는 선고가 끝난 뒤 “혼자 이렇게 판결 선고 듣게 돼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씨는 공동 원고들의 사망소식을 이날에서야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 6월 작고한 고 김규수 씨의 부인 최정호 씨 역시 “조금만 더 일찍 이런 판결이 났으면 가시기 전에 기뻐하셨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 씨가 소송 제기 13년 만에 대법원의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뒤 환히 웃고 있으며 서울 서초동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8.10.30. adelante@newspim.com |
여 씨 등 4명은 지난 1941년부터 1943년까지 신일본제철(구 일본제철)에 강제동원돼 오사카 등지에서 감금돼 고된 노역에 시달렸다.
이들은 1997년 일본에 1인당 1억원씩을 지급하라며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이후 2005년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문서가 공개되자 한국에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012년 5월 대법원이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고, 2013년 서울고법은 “피해자들에 1억원을 배상하라”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신일본제철은 이에 불복해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2013년 8월 9일 접수된 사건은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올 7월 27일이 돼서야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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