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재테크·수험서 구매 내역 확인..사적 용도 구매 의심
정보공개센터 "의원들, 세금 쓸 땐 공과 사 구분해야" 지적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서울시 각 자치구 의원들이 의정 활동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책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세금으로 구매한 의정 참고도서가 부동산이나 재테크, 수험서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다.
29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7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서울시 25개 자치구 의원들의 의정 참고도서비 지출 내역을 분석한 결과, 동대문구, 마포구, 종로구, 중구, 중랑구를 제외한 20개 자치구에서 3개월 동안 총 554권, 2270만 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이들이 엉뚱한 주제의 의정 참고도서를 구매해 세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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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의회가 구입한 '의정 참고도서' 목록 중 일부 [자료=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
정보공개센터가 분석한 ‘2018년도 3분기(7~9월) 동안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의 의정 참고도서비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용산구의회는 ‘3시간 공부하고 30년 써먹는 부동산 시장 분석 기법’, ‘아파트 살 돈으로 건물주 되기’, ‘꿈꾸던 전원주택을 짓다’라는 제목의 도서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제2의 해리포터 시리즈'로 불리는 판타지 소설 ‘네버무어’ 시리즈와 연애 스테디 셀러로 유명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로구, 동작구, 은평구의회 등에서도 ‘오를 지역만 짚어주는 부동산 투자 전략’, ‘사야 할 아파트, 팔아야 할 아파트’ 등의 도서를 의정 참고도서로 구매했다.
재태크 서적 뿐만 아니라 수험용 도서를 구매한 의회도 있었다. 강서구의회는 2급 스포츠지도사 수험 교재인 ‘스포츠심리학’을, 은평구의회는 심리학 수험 서적인 ‘구조적 가족치료의 기술’이 의정 참고도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나혼자 끝내는 일본어 단어장’, ‘여행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해커스톡 영어회화 10분의 기적’, ‘이보영의 여행 영어회화’ 등의 어학 서적도 눈에 띄었다.
이를 두고 의정 활동을 위한 참고도서가 아니라 지방의원들이 세금을 들여 사적으로 읽을 책을 구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목적과 맞지 않는 책을 샀다는 것을 넘어서, 지역 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과 지속 가능한 지역 공동체를 고민해야 할 지방의원들이 혹시나 부동산 투자의 관점에서 지역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가져온다”며 “공공의 대표자로서 세금을 쓸 때는 공과 사를 더 분명하게 구분하는 의원들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