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죄 사실 소명·증거인멸 우려…구속 필요성·상당성 인정"
법조계 "검찰, 양승태 등 사법부 최고위직 수사 본격화 전망"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장이 '사법농단' 사건 관련 첫 구속 불명예를 안은 가운데,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임 전 차장의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 결과 영장을 발부했다.
임 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임 전 차장은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전·현직 법관 가운데 최초로 구속 수감된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8.10.26 kilroy023@newspim.com |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임 전 차장의 구속을 발판삼아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의 혐의가 상당부분 소명됐다는 판단이 나온 만큼, 그가 사법농단 의혹의 중간 책임자라는 판단 아래 임 전 차장 재직시절 법원행처장을 지낸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물론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들에 대한 수사에 나선다고 해도 이미 수사가 시작된 지 4개월여가 지난 만큼 관련 증거를 찾기 쉽지는 않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양 전 대법원장과 당시 법원행정처장들이 의혹 전반을 보고받지 못했고 임 전 차장 선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이른바 '꼬리자르기' 전략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원 행정 실무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임 전 차장이 받는 의혹을 살펴보면 행정처장이나 대법원장의 승인이나 지시없이 이뤄질 수 있는 사안들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임 전 차장의 구속을 계기로 한 사법부 조직 최고위직에 대한 검찰 수사는 예견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계속된 압수수색 영장 기각 등으로 검찰이 증거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임 전 차장이 윗선 보고없이 업무를 처리했다고 주장하거나 법리적으로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계속 주장할 경우 수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직권남용 외에도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원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죄명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일제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개입 △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관련 행정소송 개입 △법관 사찰 △법원 비자금 조성 등 사법농단 의혹 전반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