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사이언스파크에 화웨이 5G 장비 설치..가입자 이탈 우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여론악화에도 LG유플러스(부회장 하현회)의 화웨이 5G 통신장비 도입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LTE망 구축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 5G 전국망 연동 차원에서 별다른 선택권이 없다는 분석이다.
22일 LG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LG사이언크파크 실증망에 화웨이 5G장비를 도입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정부 허가를 받고 화웨이 5G 장비를 LG사이언스파크 실증망에 도입한 것 맞지만 파크 전체가 아닌 실험실에만 적용한 상태”라며 “5G 전국망 통신장비 기업 선정은 여전히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20일 개장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소재 LG사이언크파크는 국내 최대 연구산업단지다.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유플러스 등 8개 LG그룹 계열사가 들어섰으며 근무인력만 1만7000명 이상이다.
축구장 42개 넓이인 17만㎡에 4조원을 투입해 20개 연구동을 갖췄다. 오는 2020년이면 2만2000여명 이상으로 연구진이 늘어날 전망이다. 개장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국가적인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LG그룹 전체의 4차 산업혁명 전략기지인 LG사이언스파크에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해 5G 실증망을 구축한 건 사실상 5G 전국망 구축에도 화웨이 장비 도입을 확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식 발표만 남았다는 반응이다.
국내 여론은 화웨이 5G 장비 도입에 부정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논란이 된 보안 문제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백도어(인증되지 않은 사용자에 의해 컴퓨터의 기능이 무단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컴퓨터에 몰래 설치된 통신 연결 기능)와 스파이칩 의혹까지 더해지고 있다.
화웨이가 한국 정부가 원한다면 별도의 보안검증을 받겠다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지만 국가 사업인 5G에 중국장비가 포함된다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그동안 중국이 자국산업 및 기업 중심의 정책으로 보안, 복제, 표절 등 빈번한 논란을 야기했다는 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동통신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 5G 장비를 도입하면 다른 경쟁사로 이탈하겠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이같은 부정적 여건에도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도입키로 한 데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로 이미 LTE 전국망을 구축했다.
5G 상용화 시점은 내년 3월. 통신망 특성상 기존 LTE망과의 연동을 통해 점차적으로 전국망을 5G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기본적인 상용화 전략이다. LTE 구축 이후에도 오랫동안 2G와 3G가 함께 사용된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당연히 기업에서는 기존 LTE망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5G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LG유플러스 LTE 구축 당시 가장 중요한 서울과 수도권북구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다. 5G에서 ‘단절’을 시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화웨이 LTE 장비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는 역시 여론이다. 화웨이 5G 통신장비 도입 확정 후 이미 화웨이를 제외한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장비 도입을 공식 발표한 SK텔레콤 등 경쟁사로 가입자가 이탈할 경우 치명타를 입게 된다. 여기에 아직 장비사 선정 공개를 앞둔 KT마저 화웨이를 ‘패스’할 경우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LTE에서 화웨이와 연합전선을 구축한 LG유플러스가 결별이라는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며 “여론이 너무 부정적이기 때문에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