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중앙지검, 피의자 소환 조사 돌입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자폭 or 폭로’ 관건
사법농단 혐의 많아 고강도 수사 예상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양승태 사법농단’을 수사하는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공개 소환 조사한 것은 임 전 차장을 상대로 구속영장 청구에 무게를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법권 남용 의혹 조사를 맡은 법원행정처가 지난 5월 결과를 발표한 뒤, 다음달부터 수사를 본격화한 검찰은 그동안 수많은 판사 등 주변인을 수사하며 해당 의혹을 파헤쳐왔다.
이 때문에 임 전 차장 스스로 ‘자폭’하며 본인이 각종 의혹을 다 뒤집어쓸지, 아니면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 수사를 향한 ‘징검다리’ 진술을 검찰이 확보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5일 오전 9시30분 임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들어갔다. 임 전 차장이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전 차장은 “우리 법원이 먼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법원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했던 동료 법관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에 대해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 검찰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취재진의 “국민들께 한마디 해달라”는 요구에 “수사 중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성실히 답변하는 게 수사 받는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만 하고 서둘러 조사실로 향했다.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의 몸통’으로 불리는 만큼, 검찰은 장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현재 사법농단 수사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아닌 법원의 적폐를 청산하는 작업. 법원이 살아야 검찰수사도 살고 나라도 산다”며 엄정 대응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17.05 /김학선 기자 yooksa@ |
법조계에선 이날 임 전 차장 ‘입’에 사법농단 수사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세 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임 전 차장이 검찰 수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인정할지, 부인할지 그리고 ‘윗선’ 지시에 대해 폭로할지 등이다.
검찰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인은 “검찰이 임종헌 전 차장의 의혹과 관련된 판사, 심의관 등 관련인 50여명을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임 전 차장을 소환하기 위해 (검찰이) 사전 준비를 매우 철저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변호사는 “임종헌 수사의 핵심은 임 전 차장이 본인 선에서 ‘꼬리자르기’를 할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함께 사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당시 대법관, 판사 등을 겨냥해 ‘폭로’할 것인지가 될 것”이라며 “수개월간 검찰이 저인망식으로 사법농단 관련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조치 중 하나로 박근혜 청와대에 유리하도록 한 ‘재판거래’ 및 이를 반대한 일부 판사들에 대해 뒷조사한 ‘판사 사찰’ 및 지시 문건 작성 등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논의 문건 등 헌법재판소 내부정보를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전달한 의혹과 함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 재판 관련 정보를 청와대에 건넨 의혹도 있다.
이외에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법외노조 효력 집행정지를 둘러싼 소송과 관련해 2014년 고용노동부 측 재항고 이유서를 법원행정처가 대신 써주고, 청와대를 거쳐 노동부에 전달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임 전 차장 사무실 직원의 가방에서 찾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입수하는가 하면, 임 전 차장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차명 휴대전화를 확보해 통화 내역 등을 분석해왔다.
검찰은 사법농단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일부 판사와 변호사 단체 등 피해자 진술과 함께 증거 확보에 힘을 쏟았다. 이를 통해 임 전 차장 등 사법농단 핵심 관련자에 대한 수사에 집중해 온 것이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