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간 이어진 항의방문…간간히 고성 들리기도"
한국당 의원들, "사퇴하라" 단체로 규탄
문 의장 "이석기때도 과했다" 언급에 "어떻게 이석기와 비교하나"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한솔 수습기자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했다. 정부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입수해 공개한 심재철 의원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문 의장이 한 마디 상의 없이 동의해줬다는 이유다.
27일 오전 한국당 의원들 30여명은 '국민알권리 봉쇄하는 문재인정권 규탄한다', '국정감사 탄압시도 정치검찰 각성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의장실로 향했다. 50분 가까이 이어진 항의방문에서는 간간히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있었다.
이날 긴급의총 직후 격양된 모습으로 의장실을 찾아간 김성태 원내대표와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문 의장을 향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데 대해) 삼권분립을 무시했다고 의장님이 고발 취하를 요구했어야 한다"면서 "야당 탄압을 떠나서 의원을 개무시한 의장이기 때문에 반드시 사퇴하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심재철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을 규탄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9.27 yooksa@newspim.com |
이에 문 의장은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됐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언급하며 이석기 때도 과했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석기 의원과 심재철 의원을 비교한데 대해 분개하며 "어떻게 대한민국 국회의원과 이석기를 비교하는가. 대한민국 국회의장이 맞느냐"면서 "이석기와 비교한점 사과하라", "이 사건을 이석기와 비교하는 것을 보면 이미 답이 나온거다. 야당은 없어도 된다는 것"이라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의방문 직후 나온 심재철 의원은 여전히 격양된 모습으로 "상당히 유감"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심 의원은 "압수수색에 대해 전화 한통 없었다고 항의하자 '미안하네'라며 겨우 그거 하나 얘기했고, 나머지 국회를 지키기 위해 의장이 무엇을 했는지는 전혀 응답하지 않고 있다"면서 "유감 표명이라도 해달라고 했는데 그것마저 거부하고 제도탓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가져왔을 때 그 영장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국회에는 없다면서 제도를 앞으로 어떻게 만들지 논의하자는 엉뚱한 얘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2018.09.27 yooksa@newspim.com |
심 의원은 본인이 국회 부의장으로 있을 때의 사례를 들며 "권성동 의원 압수수색 영장이 나왔을때 정세균 의장이 해외에 있어 제가 대신 결재했는데, 제가 그거 보고 검사한테 무슨 일이냐 물은 뒤 권 의원에게도 전화를 해 의사를 물었다"면서 "(문 의장은) 저한테 단 한 마디 없이 무슨 일인지 묻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거부할 권리는 없더라도 최소한 상황을 알아볼 정도의 상식은 가지고 있지 않나"라며 "문 의장도 압수수색 사실은 사전에 통지받지 못하고 그날 와서 알았다고 한다. 본인도 불쾌하다면서 사무총장에게 얘기하라고 밀어버렸다. 그건 의장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항의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건은 한 개인의 비리 혐의로 압수수색이 이뤄진게 아니다. 행정부에 의해 국회 입법부가 유린당한 행위"라면서 "앞으로 이렇게 되면 헌법에 보장된 국정감사를 할 수가 없다. 심각한 대의민주주의의 실종이고 위기"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늘 문 의장은 있을 수 없는 망언을 했다. 과거 통진당 이석기 의원도 국회의원실 압수수색 당했다는 비교를 하면서 자기는 불가항력적이었다는 입장이었는데 대단히 큰 실수고 잘못"이라면서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음모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당한 것과 정기국회 기간에 국정감사를 앞둔 의정활동의 일환을 비교했다는 것에 아연실색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입장을 정리한 뒤 당력을 총동원해 이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 과정에서 오는 10월로 예정된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국감을 보이콧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앞으로 국회의장의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을 확인한 후 여러 가지 대처 방안을 판단하겠다"면서 "대정부질문은 그대로 간다"고 설명했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