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들, 트럼프 대통령 북한과 이란에 ‘유화적’ 제스처 취할까 우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보좌진이 이번 주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치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진 않을까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종전선언을 압박할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매체는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북한과 이란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면서 외교적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는 반대로 이들 적대국에 지나친 유화 제스처를 취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보좌진들이 내심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되지 않은 즉석 만남에서 돌발 행동을 하거나 혹여 대북 압박 지속이라는 미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양보안을 내놓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매체는 트럼프의 이러한 돌발 행동을 할 경우 이란과 북한에 적대 기조 및 압박을 지속해 왔던 온 보좌진의 입장이 난감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특히 24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북미 대화 지속을 위한 양보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NYT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전선언 수용을 압박할 전망인데, 트럼프 보좌진은 미국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했을 때 이미 충분한 양보를 했기 때문에 종전선언 합의 제스처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종전선언을 바라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 번 김 위원장에게 양보한다면 북한 지도자가 트럼프를 갖고 논다는 인식에 힘이 실릴 것이란 판단이다.
CIA에서 한반도 문제 분석전문가로 일했던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김 위원장이 “백악관에서 다수의 자문관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미 회담을 열기로 하고, 북미 공동성명에도 합의하는 등 (자신에게) 동조적인 파트너가 있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성명은 미국이 고수하는 완전히 검증 가능한 최종적 비핵화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협정 협상에 참여했던 로버트 말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엄포를 놓고 위협할 준비가 돼 있지만, 동시에 세기의 합의를 마련하려는 욕구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미국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지난 6월 북미 회담에서 종전선언 서명을 약속했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 회담 기록이 자세하지 않아 한 고위급 정보 관계자는 트럼프가 한 말에 대해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만남을 추진 중으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일단 수용적 입장이다. 다만 매체는 23일 트럼프와 만남이 예정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의를 당부하라는 메시지를 전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NYT는 유엔총회서 트럼프가 마주할 북한 문제도 복잡하지만, 이란 지도자와는 더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고위 보좌진들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직접 마주치지 않도록 물밑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말리는 “북한의 경우 상대(김정은 국무위원장)가 적극적 의지를 보이는 만큼 (합의하려는) 전략이 통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란과 마주할 때”라면서 “(로하니 대통령과) 마주할 경우 유엔총회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이 만남이 트럼프의 전략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에 대해 전쟁을 시작했다고 주장, 유엔총회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제재 조치에 대한 비판 여론에 힘을 실으려는 움직임에 나섰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