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보험맨] 최성균 한화생명 상품개발팀 상무
“선도 상품 개발 시 보람 커…세상 빛 못 보면 괴롭다”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16년 차 베테랑 보험상품 개발자도 늘 신선한 아이디어가 고프다. 부서원들과 토론할 때, 영업 현장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때, 일을 마치고 친구와 맥주 한잔 할 때 등 일상 곳곳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귓가를 스치면 그의 눈은 번쩍하고 머릿속이 바빠진다. ‘이건 꼭 상품으로 만들어야 해!’
최성균(54) 한화생명 상품개발팀 상무의 이야기다. 최 상무는 “보험상품 개발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분야다. 상품개발자는 다양한 채널에서 소통을 활발히 하고, 그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상품 부서에 오래 있다 보니 알게 모르게 내게 이런 모습이 생긴 것 같다”고 웃었다.
최성균 한화생명 상무 /김학선 기자 yooksa@ |
◆ 30년 보험 인생, 절반이 ‘상품 개발’
최 상무는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선배의 권유로 1989년 대신생명 공채 1기로 입사했다. 그 후 삼성생명을 거쳐 2012년 한화생명에 상품개발 책임자로 합류했다. 보험업계에 몸담은 30년 중 16년을 보험상품 개발에 바친 ‘상품 전문가’다. 이 기간 셀 수 없이 많은 보험상품이 그의 손을 거쳐 세상의 빛을 봤다.
그중에서도 최 상무가 가장 애착을 갖는 상품은 지난해 7월 한화생명이 출시한 ‘내가찾던건강종신보험’이다. 기존 중대질병(CI)보험과 달리 경증 단계 진단 시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보장을 강화한 상품이다. 업계 최초의 시도라는 점을 인정받아 '보험업계의 특허'라 불리는 배타적 사용권(3개월)도 획득했다.
“현장 부서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CI보험 가입자 중 ‘중대한’이라는 정의에 해당되지 않으면 보장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있더라고요. 소비자들에게 보장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경증 단계도 포함시키자고 했죠. 출시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업계 선도 상품으로 인정도 받아 애착이 갑니다.”
가장 많이 판매된 상품에 애착이 가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돌아온 것은 꾸중(?)이다. 그는 "보험상품은 상품성이 좋다고 많이 팔리는 구조가 아니다"며 "많이 팔린 상품이 가장 잘 만든 상품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 ‘중저가’ ‘온라인’ 2030세대 잡기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면 시장에서의 상품 매력도가 떨어지고, 매출을 중시하면 판매 후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최 상무는 보험상품 개발 과정에서 매출과 가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 때문에 늘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두 마리를 다 잡을 수 있도록 상황에 따라 적절히 무게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는 “4~5년 전까지만 해도 소위 ‘시장에서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지만 지금은 전보다 리스크를 감안하는 비율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비율로 표현하면 5:5 정도란다.
이 같은 변화는 오는 2021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응해 보장성 보험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생보사들이 주력으로 판매해온 저축성 보험은 IFRS17 도입 후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재무적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보장성 보험은 이익이 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화생명은 약 3년 전부터 IFRS17 도입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보장성 보험 판매 강화로 노선을 짰다. 크게 종신보험, CI보험을 비롯해 ‘중저가’ 상품을 강화하는 것이 한화생명이 그린 보장성 보험 강화의 핵심이다.
최 상무는 “미래의 고객 기반인 2030세대가 수용할 수 있는 보험료 수준은 중저가”라며 “중저가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이들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2030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온라인은 물론 대형사의 강점인 전속설계사 채널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젊은 설계사를 유치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 상무는 “기존 대형사 고객층은 전속설계사와 연령대가 비슷한 40대 중후반”이라며 “20~30대 설계사가 유입되면 자연스레 고객 연령층도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상품이 생명보험협회로부터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해 업계 선도적인 상품 개발능력을 인정받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반대로 장시간 열정을 쏟은 신상품이 빛을 보지 못할 때는 괴롭지요.” 한 우물을 파 온 그에게서 보험상품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묻어났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