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 '오셀로'를 판소리로 재해석
오는 22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좋고 나쁜지 확실하게 결단을 내리는 것은 어렵다. 정답은 없지만, 각자의 주관에 따라 깨닫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자신의 마음이다.
'판소리 오셀로' 공연 장면 [사진=정동극장] |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가 '판소리 오셀로'(작·연출 임영욱, 작창·음악감독 박인혜)란 이름으로 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정동극장의 '창작ing 시리즈' 개막작으로,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동양 여성의 눈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판소리 오셀로'는 19세기 조선의 기녀 설비(說婢,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단'의 목소리를 통해 '오셀로' 이야기를 전한다. 기녀 '단'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먼 곳에서 전해 온 이야기'라며 오셀로의 삶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노래한다. 남성의 이야기,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기녀가 전한다는 것만으로도 익숙함을 벗어나 새로운 느낌을 준다.
'판소리 오셀로' 공연 장면 [사진=정동극장] |
서양의 이야기를 동양의 전통적인 형식 '판소리'를 빌린다는 점 외에도, 눈여겨볼 만한 점이 있다. 본격적인 '오셀로'의 이야기 전에, 신라의 '처용' 이야기를 먼저 소개하는 것이다. 오셀로와 처용은 같은 상황에서 상반되는 결정을 내린 인물이다. 처용은 아내의 옆에 동침한 역신을 보고 춤과 노래로 자조하는 반면, 오셀로는 교활한 이아고의 간계 때문에 아내 데스데모나의 불륜을 의심하다 살해를 하고 스스로 자살한다.
스스로 파멸로 이끈 인물과 용서를 보여준 인물의 대비는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 정서적 차이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서로 다른 결과를 맞이한 두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다, 자신의 내부까지 돌아보게 된다.
'판소리 오셀로' 공연 장면 [사진=정동극장] |
공연은 소리꾼 단 한명이 꾸려간다. 연기와 창을 함께 하는데다, 춤도 곁들인다. 일반적인 판소리보다 훨씬 극적 요소가 가미됐기에 1인 다역은 기본, 해설자 역할까지 맡는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몰입시키는 것은 목소리의 힘이다. 또 장구, 거문고, 태평소, 아쟁 등 다양한 국악기가 어우러지면서 이야기의 비극을 더욱 강조한다.
무대는 심플하다. 이야기를 전해주는 단이 앉을 방 한 칸이 전부다. 백자와 매화, 책장과 책상 등 단순화된 공간 속에서 멀리 서 온 이야기가 열정적으로 펼쳐진다. 이 외에 강물을 표현한 듯한 바닥과 징검다리, 수묵화 같은 커다란 달의 배경 또한 동양적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정동극장 창작ing 시리즈 '판소리 오셀로'는 오는 22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