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중국이 협조하지 않아서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난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치게 편한 자세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임했고 부주의한 약속을 했기 때문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논평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는 29일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곧 종전선언에 서명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결하는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우리가 오늘 서명한 내용은 많은 사안을 아우른다. 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성명에 서명한 후 다뤘다”고 답했다.
이는 상당히 모호하면서도 해석의 여지가 많은 발언으로, 결국 김정은에게 구두로 모종의 약속을 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이렇게 약속을 해놓고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지속적으로 핵 무기고를 먼저 포기하라고 압박했으니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복스는 설명했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차 방북 시 트럼프의 약속과는 정반대로 북한에 6~7개월 내에 핵탄두 60~70%를 반출하라고 요구했다. 복스는 트럼프 행정부 내 이러한 불협화음 때문에 북한이 ‘강도같은 요구’라고 반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복스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비핵화에 늑장을 부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는 분명 트럼프의 실책”이라고 말했다.
비핀 나랑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국제정치학 교수도 트위터에서 “어음의 지불 기일이 멀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행정부 수장이 아닌) ‘프리랜서’로 행동한 데 따른 리스크가 가시화된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지킬 수도 없고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긴장이 매우 빠르게 고조될 수 있고, 이는 전적으로 트럼프 탓”이라고 덧붙였다.
[출처=비핀 나랑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국제정치학 교수 트위터 계정] |
켈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해주고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의 사안에 대한 이해와 세부내용에 대한 관심 부족이 결국 북한이라는 현실과 충돌한 것”이라며 “북한은 절대 완전히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북한이 수년에 걸쳐 개발한 핵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몇 자 적었다고 해서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취소하면서 중국의 비협조를 거론했는데, 전문가들은 이는 북미 협상 교착의 주요 원인이 아니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켈리 교수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북미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고 중국이 비협조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북미 협상이 위기에 빠지면서 한국 정부도 앞으로의 행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해 협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한국 언론들은 8월 중으로 예정됐던 연락사무소 설치가 결국 지연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또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향후 추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계획은 없다’라고 발언한 것이 한국 정부로서는 ‘남북 협력을 섣불리 추진하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고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이 지적했다.
그는 WP에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어서 개선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금 시점에서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경협에 대해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 까지 친교산책을 한 뒤 회담장인 평화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2018.0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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