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9일 '탑건', 9월 '보디가드'·'깊은밤 갑자기', 10월 '우묵배미' 등
디지털로 아날로그 감성 공유…배우들 젊은 시절 보는 재미도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극장가에 리마스터링(기존 아날로그 형식이던 포맷을 디지털 포맷으로 변화하는 작업) 재개봉 열풍이 불고 있다. ‘탑건’(1986)부터 ‘우묵배미의 사랑’(1990)까지, 겉은 디지털이지만 그 속의 아날로그 감성은 고스란히 유지한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을 확정지었다.
가장 먼저 베일을 벗는 건 ‘탑건’이다. 29일 개봉하는 ‘탑건’은 최고의 파일럿에 도전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항공 액션물. 배우 톰 크루즈를 세계적인 스타로, 토니 스콧 감독을 흥행 감독으로 만든 작품이다. 창공을 가르는 젊음의 활기, 파일럿을 꿈꾸는 생도들의 우정과 뜨거운 사랑 등에 힘입어 개봉 당시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유려한 영상미와 실제 전투기를 동원해 찍은 스피디한 항공 액션은 지금 봐도 손색없는 재미다.
영화 '탑건'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
세기의 로맨스 ‘보디가드’(1992)도 26년 만인 오는 9월 다시 관객 앞에 선다. ‘보디가드’는 전직 대통령을 경호했던 보디가드와 톱스타 여가수의 사랑을 그렸다. 그래미상을 6번 수상한 휘트니 휴스턴과 아카데미, 골든글로브를 동시에 석권한 당대 최고의 배우 케빈 코스트너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휘트니 휴스턴이 영화에서 부른 OST가 전 세계 4200만장 판매되고 주제곡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는 빌보드 싱글 차트 14주 연속 1위를 기록했을 만큼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한국영화 ‘깊은밤 갑자기’(1981)도 9월 재개봉한다. 곤충학자인 남편이 그의 아내와 함께 사는 집에 19살의 가정부 미옥을 들이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고(故) 고영남 감독의 연출작으로 흥행에는 참패했다. 그러나 형식을 파괴한 실험적인 신 구성과 독특한 촬영 방식,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 등으로 재평가받으면서 198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영화로 자리 잡았다. 2016년 미국 블루레이 출시사인 몬도마카브로사에서 ‘서든리 인 더 다크(Suddenly in the Dark)’란 제목으로 디지털 리마스터링해 발매되기도 했다.
‘우묵배미의 사랑’은 10월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실주의 멜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장선우 감독의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낯선 사실주의 영화를 연구하고 시도해 주목받았다. 서울을 벗어나 외곽으로 접어드는 가상의 우묵배미란 근교를 주 무대로 당시에는 생소했던 현장 동시녹음으로 촬영해 사실성을 더했다. 박광수, 이명세, 장선우 등 ‘코리안 뉴웨이브’ 영화를 이끈 거장들의 작품을 함께한 고 유영길 촬영감독의 사실적인 롱테이크와 박중훈, 최명길의 젊은 시절 연기가 관람 포인트다.
영화 '우묵배미의 사랑' 스틸 [사진=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
‘깊은밤 갑자기’, ‘우묵배미의 사랑’를 배급하는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측은 “한국 영화사에서 가치 있는 작품을 리마스터링해서 선명한 화질로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물론 개봉관 확보 등 실질적 어려움도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사적으로 가치 있는 작품을 리마스터링해서 공유한다는 취지 자체에 의미가 있다. 관객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관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보디가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는 한 관객은 “지금은 최정상에 오른 배우들의 예전 모습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설렌다. 확실히 TV에서 틀어줬을 때는 몰랐던 특별한 재미를 발견할 듯하다. 무엇보다 엄청난 제작비로 승부하는 대작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라며 흥미를 드러냈다.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