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d 대신 쏘나타‧K5 LPG모델 대여
BMW 차주 법적 대응 근거 없어
[서울=뉴스핌] 전민준 기자=# 대기업 과장 A씨는 최근 자신이 타고 있는 BMW 520d가 리콜 대상인 것을 확인, 서비스센터에 안전진단을 맡기기로 했다. 서비스센터에 가기 전 전화해보니 상담원은 “차량이 밀려 있어 안전진단이 끝나고 다시 차를 인계하는데 까지 3일 걸린다”며 "그 사이 렌터카를 제공한다"고 했다. 하지만 서비스센터에 방문해보니 렌터카로 제공한 차량은 기아자동차의 K5 LPG라는 것. 선호하는 브랜드가 아니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타야 했다.
리콜 대상을 몰고 다니는 BMW 차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차주 본인이 타고 있는 모델 보다 저렴하거나 연식이 오래된 렌터카를 제공 받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원성이 커지고 있다. 렌터카 대신 택시비를 청구하겠다는 차주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520d.[사진=BMW코리아] |
9일 BMW코리아와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지난 달 27일부터 안전진단을 신청한 차주들을 대상으로 렌터카를 요청할 경우 대체 차량을 제공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당초 연식은 다르지만 동일한 배기량의 BMW 모델을 제공할 계획이었지만, 물량이 부족하자 현대자동차 쏘나타나 기아차 K5 등을 공급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전국 렌터카 업체와 계약을 맺고 대체 차량을 제공하는데, 현재 렌터카 업체들이 제공할 수 있는 단기대여 물량은 1000여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BMW 물량은 1만 여대로, 렌터카 업체들은 리콜 대상 차량은 고객들에게 서비스 하지 않고 있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안전진단 예약건수는 1만5000여대. 이 중 렌터카를 요청한 고객은 5000여명이다. 물량으로만 보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치지만, 지역별로 BMW 차주 숫자와 렌터카 업체들이 보유한 BMW 물량이 달라 실제로 받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BMW코리아 홍보실 관계자는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이 30%로 많고, 경상도 20%, 전라도 15% 등이다”며 “렌터카 업체 물량도 리콜 대상이 있고 보유한 모델이 각양각색이어서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K5.[사진=기아자동차] |
일부 렌터카 업체들이 BMW 차량 대여 자체를 중단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롯데렌터카도 BMW 단기렌터카 서비스를 중단한다. 롯데렌터카 관계자는 “단기렌터카로 운영 중인 BMW 차종은 100대 미만으로 앞으로 운영을 중단할 계획”이라며 “장기렌터카는 고객의 선택권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안전과 관련한 부분에 대한 점은 충분히 설명하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MW 차주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지만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사가 렌터카를 제공해야 할 때 ‘사고 차량과 동종의 차량’이 아니라 ‘사고 차량과 동급의 대여자동차’를 제공하면 되도록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2016년 개정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차주들은 “제조사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었는데 기존에 보유하던 차보다 가격이 저렴한 렌터카를 타고 다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리콜 대상 차량을 대상으로 운행정지 명령이 떨어질 경우도 문제다. 당장 대체할 차량이 부족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긴급 안전진단이 끝나는 오는 14일 이후 국토교통부에서 운행정지 명령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운행정지에 관한 법 조항이 모호해 차주가 반발하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