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발암물질이 들어간 고혈압약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화학 합성의약품 복제약(제네릭)의 난립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문제가 된 의약품 품목 개수가 174개로 영국, 미국 등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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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일 대봉엘에스가 생산한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도 발암가능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며, 이를 사용한 22개사 59개 품목에 대해 잠정 판매 중지 조치를 내렸다.
지난달 중국 제지앙 화하이 제조 발사르탄에서 NDMA가 발견되면서 판매 중지됐던 제품들까지 합하면 총 174개의 고혈압약에서 발암물질이 나온 것이다.
반면 영국에서 NDMA가 포함된 고혈압약 품목 수는 5개다. 미국은 10개, 캐나다는 21개다. 가장 많은 품목이 판매 중지된 캐나다와 비교해도 한국의 발암물질 고혈압약 품목 수는 8배나 많다.
한국에서 유난히 발암물질이 포함된 고혈압약이 많이 나온 것은 그만큼 발사르탄 복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 발사르탄 성분 자체는 문제 아냐
발사르탄은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 성분이다. 발사르탄 성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실제로 노바티스의 고혈압약인 '디오반'과 '엑스포지'에서는 발암물질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발사르탄 복제약을 만드는 제약사들이 제지앙 화하이와 대봉엘에스의 원료의약품을 쓰면서 문제 품목이 많아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복제약 허가를 받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며 "여러 업체가 복제약을 시장에 쏟아내고, 난립한다"고 지적했다.
복제약은 신약과 달리 원조의약품과 동등한 약효를 나타내는지만 입증하면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만 시행하면 된다. 또 생산 시설이 없는 제약사라도 위탁생산을 통해 복제약 허가를 받고, 이를 판매할 수 있다. 무늬만 제약사인 업체가 의약품을 판매하는 셈이다.
환자와 전문가들은 물론 업계에서조차 복제약의 난립을 막고,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러 제약사가 하나의 복제약에 대한 생동성 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공동(위탁) 생동 제한' 규제가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동으로 생동성 시험을 하는 곳을 제한시켜 아무나 복제약을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건당국도 복제약 난립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지난달 복제약 난립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었다. 협의체는 현재 업계와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공동 생동 규제 등 다양한 방안 등에 대해 검토 중이다.
이원식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복제약 과잉 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며 "복지부와 공동으로 협의체를 만들어 대책들을 마련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