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누진제 완화 검토...적자폭 확대
라오스 댐 사고, 북한석탄 연루돼 리스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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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한국전력이 회사채 발행을 크게 늘릴 전망이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3조9000억원 어치를 발행한 데 이어 연내 3조원 이상을 추가로 발행할 것이란 관측이다.
원자력발전소 가동률 저하와 유가 상승이 겹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데다 폭염으로 인해 누진제 완화가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 손실을 빚내서 메우려는 것이다. 문제는 한전에 잇따라 악재가 터지고 있어 채권 발행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는가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달 20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올해 총수입과 총지출을 각각 61조4000억원, 69조2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수입보다 지출이 7조8000억원이나 많은 것.
한전은 부족분 중 6조6000억원을 회사채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들어 7월말까지 3조90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작년 한해동안 발행한 4조2100억원 어치에 육박하는 규모다. 누진제 완화가 결정된다면 연내 한전이 채권 발행으로 조달해야할 자금 규모는 3조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지연에 원전가동률 하락에 따른 신재생 에너지 증설로 대규모 차입금 충당이 불가피하다"면서 "여기에 최근 나오고 있는 누진제 폐지나 완화가 현실화 된다면 영업손실 증가에 따른 채권 발행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전 가동률은 작년 상반기 75.2%에서 올 상반기 59.8%로 크게 떨어졌다.
한전의 자회사인 서부발전과 남동발전에서 잇따라 악재가 발생했다. 서부발전이 참여한 라오스 댐 건설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으며, 남동발전은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무연탄을 수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한전채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전이 발행한 5년만기 채권은 발행당시 국고채와 금리 스프레드가 0.138bp였으나 3일 현재 0.147bp까지 벌어졌다.
안주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한전채 약세 요인으로 △최근 이낙연 총리의 폭염에 따른 누진제 추가 완화 가능성 언급 △북한석탄과 연루된 기업들에 한전 자회사 남동발전이 거론되는 것 △한전의 자회사 서부발전이 라오스 댐 붕괴에 컨소시엄으로 들어있다는 점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남동발전이 북한산 석탄을 알고 수입했다면 유엔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면 관세청에 세금을 추징 당하는 정도가 아니라 유엔 회원국과 거래 자체가 힘들어진다. 향후 사업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되는 것이다.
이같은 악재로 인해 한전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갈 전망이다. 한광열 연구원은 "최근 악재로 한전이 채권을 발행을 못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채권 수익률은 조금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통상 해외수주도 정부가 정책적으로 밀어줄 때 잘 된다"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해결되기 전까지 원전 관련 업체들의 신용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한전의 7월 한달간 5년물 발행금리는 12일 2.48% →25일 2.49%→30일 2.50%로 미세하게 올랐다.
한전채 물량 소화를 놓고 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한 연구원은 "한전 채권은 국채만큼 안전하면서도 긴 만기에 수익률이 좋아 연기금을 비롯해 생명보험사들에게 인기가 많다"면서 "만기전 유통시장에 나오는 물량도 거의 없을 정도다. 한전이 물량을 늘려도 시장에서 소화하는데 문제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한 채권 딜러는 "공기업 부채 우려로 지난 2013년 공사채 총량제가 실시된 이후 공사채 발행이 급감했다"면서 "이후 시장은 공사채 시장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