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당시 '당정청 실세' 맡아 국정 이끌어
총리 이해찬, 당의장 정동영, 靑 정책실장 김병준
공교롭게도 10여년 만에 다시 여야 대표로 급부상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이해찬·김병준·정동영.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노(盧)의 사람들'이 정치권에서 다시 떠오르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들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자유한국당으로 흩어져 역할을 맡거나 수장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18.07.20 kilroy023@newspim.com |
특히 이들은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당정청 실세를 맡아 국정을 이끈 인물들이어서 사실상 '올드보이의 귀환'인 셈이다.
정동영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을, 이해찬 의원은 국무총리를,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공교롭게도 같은 정부에서 집권여당(黨)과 정부(政), 청와대(靑)의 실세를 역임한 인사들이 다시 정치권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동영·이해찬 의원은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에서 함께 노무현 정부를 뒷받침한 인연도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최상수 기자 kilroy023@ |
비교적 결이 같은 정동영-이해찬 의원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데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만약 오는 25일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큰 어른'으로 불리는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로 올라서고, 정동영 의원이 민주평화당 수장이 된다면 두 당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평화당이 정책연대를 넘어 범여권을 형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동영·이해찬 두 사람이 모두 각 당의 대표가 된다면, 문 대통령과의 정치적 연대가 가능한만큼 '연정' 수립도 물밑 논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보수의 구원투수'로 나선 김병준 위원장이 어떻게 '노무현 정신'을 보수에 적용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봉하마을을 방문,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며 '중도층'까지 외연확장을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를 위태롭게 바라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주택·부동산 국회 국민청원 대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2018.07.26 yooksa@newspim.com |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난 뒤 기자들에게 "한국당의 미래는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김병준호의 한국당이 '보수'를 넘어 '중도' 진영으로 한 걸음 옮기려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민주평화당이나 바른미래당 등과 합당 내지 연대할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일 수 있다"며 "이미 실패한 '보수' 이념에 묶이지 않는다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구심점이 없는 야당들이 '헤처 모여'를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병준 위원장이 바라보는 야권의 정계 개편은 평화당과도 연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정동영 의원이 평화당 대표가 된다면, 연결고리가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어느 때보다 '협치'가 필요한 여권에선 김 위원장을 반기는 모양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회의장으로서 잘 아는 제1야당 대표가 생겼다는 것은 (각종 사안을) 조정하기 훨씬 효율적이고 유리하게 됐다"며 "협치를 위해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정치권 인사들도 있다.
민주평화당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인 유성엽 의원은 정동영·이해찬 의원을 향해 "흘러간 물이 다시 들어오고 있다"면서 "이미 흘러가버린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봐야 새 아침이 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송영길 의원도 "올드보이들이 귀환하면 거기에 맞춰 (당 대표가) 올드보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여론의 흐름이 반대로 갈 수 있어 당분간은 지켜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