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고자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해 발견 늦었다" 인정
CCTV 15분만 더 확인했더라면 조기에 발견 했을 수도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실종신고된 60대 장애인이 경찰의 미흡한 초동대처로 폭염 속에 방치된 채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부천오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쯤 부천시 고강동 한 빌라 옥상에서 지체장애 4급인 A씨(62)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살던 노모(82)는 A씨가 지난 20일 오전에 자택을 나갔다가 귀가하지 않자 이날 오후 10시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경찰에 "외상은 없고 사인은 불명확하지만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1차 구두소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경찰이 실종신고 당시 CCTV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A씨가 무더위에 방치됐고, 뒤늦게 발견된 만큼 초동수사 부실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당초 경찰은 노모가 귀가한 낮 12시쯤 A씨가 집에 없었다는 진술을 토대로 이날 오전 9시부터 낮 12시 15분까지만 CCTV를 살펴봤다. 경찰은 해당 빌라의 주 출입문과 보조 출입문을 살펴본 결과 A씨가 건물을 빠져나간 흔적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A씨는 실종 당일 낮 12시 30분쯤 해당 건물을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해당 빌라의 CCTV를 15분만 더 확인했더라면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을 지적하는 글이 게시됐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23일 해당 게시판에는 ‘부천오정경찰서 실종팀의 무관심한 수사로, 주말 폭염 속 사망한 채 발견된 저희 삼촌’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A씨의 조카로 소개한 게시자는 “삼촌은 사상 최악의 주말 폭염 속에 구조되지 못하고 죽은 채 빌라 거주인에 의해 신고됐다”며 “경찰이 실종 당일 집 앞 CCTV만 제대로 확인했어도 바로 집 옆 빌라 계단에 쓰러진 삼촌은 구조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종신고 당시)경찰은 집 앞 CCTV를 확인했는데, 삼촌은 안 보이고 뒷골목 CCTV도 봤으나 삼촌이 집에서 나오는 걸 못 봤다고 했다”며 “사망신고가 접수된 후에 집 앞 CCTV를 다시 확인한 경찰관은 삼촌이 지난 20일 낮 12시 30분쯤 집 밖에 나갔고, 2시간 후인 낮 2시 30분쯤 시신으로 발견된 옆집 빌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장애가 있다는 것과 핸드폰과 지갑을 다 두고 몸만 사라졌다고 신고를 했으나 초동 수사를 대충해 가족을 잃게 만든 경찰관을 엄벌해달라”고 적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CCTV를 더 꼼꼼하게 확인했으면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는데 신고자의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해 수사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imbong@newsp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