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적 성장은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을 합친 말”
[서울=뉴스핌] 황남준 논설실장 =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이 문재인 정부의 새 경제정책 기조로 자리 잡고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소득주도성장의 자리를 슬그머니 대체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최저임금의 성급한 인상, 주52시간 근로시단 단축, 자영업자의 집단적 반발 등 정책 부작용을 불러온 터에 실물경제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문 정부의 최고 정책목표인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여권에서 포용적 성장이라는 새 정책기조가 강조된 것은 청와대 경제수석의 교체와 맞물린다. 소득주도성장의 주창자인 홍장표 경제수석 자리에 지난달 말 윤종원 OECD 대사가 들어오면서 변화가 감지됐다. 윤 경제수석은 ‘포용적 성장’ 정책 전문가로 익히 알려졌다.
포용적 성장은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한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주면 불평등 완화와 경제 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다는 경제 이론이다. 문재인 정부 1년2개월 동안 대표 경제 정책이었던 소득주도성장보다 넓은, 이를 포괄하는 상위개념으로 이해된다.
◆ 당정·청와대, ‘포용 성장’ 잇따른 공식화
여권이 소득주도성장의 새 버전으로 `포용적 성장`을 처음 공식화한 것은 지난 17일. 당정간 `2018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협의` 자리였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적 성장을 더 입체적이고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소득·고용·삶의 질에 걸쳐 성장의 포용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일자리·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라고 말했다. 당정 협의에서 `포용적 성장`, `성장의 포용성`이란 단어가 처음으로 공식 등장했다.
이후 정부와 여당에선 소득 주도 성장 대신 포용적 성장이라는 표현이 대세를 이룬다. 지난 23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직접 새 경제정책 기조로 ‘포용 성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집권 1년2개월 동안 핵심 정책기조였던 소득주도성장 대신 이론적으로 보다 정립된 개념인 포용적 성장을 내세운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걷고 있는 포용적 성장 정책은 신자유주의 성장정책에 대한 반성으로 주요 선진국들과 국제기구가 함께 동의하는 새로운 성장정책”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함께 병행해야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는 길게 내다보면서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마련해 가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포용적 성장이라고 규정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며 이날 작심하고 포용적 성장을 새 경제정책 기조로 공식화한 것으로 이해된다.
◆ 포용적 성장, 소득주도성장과 차이는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이제까지 경제 정책의 핵심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을 완전히 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포용적 성장’이 소득주도 성장을 ‘포용’한다고 강조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포용적 성장은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을 합친 말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포용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은 대립적이지 않고, 그렇다고 대체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포용적 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은 내용적으로 논리적으로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다. 이론적으로 포용적 성장은 정부의 적극적 시장 개입 없이 성장을 추구하고 그 대가를 공유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소득 재분배, 사회안전망 확충, 동반성장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사회 각 구성원에게 균등한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주면 불평등 완화와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반면 소득주도성장은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 임금과 소득을 끌어올리고 소비를 늘려 일자리 마련 등을 통해 성장을 이룬다는 논리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이 대표적인 세부정책이었다. 그러나 문대통령 집권후 1년2개월여에 걸친 정책 추진 결과 참담한 실패를 맞보았다.
최근 정부는 포용적 성장을 제시하면서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 근로장려세제(EITC) 등 소득재분배 및 실업자 지원책 등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 경제정책의 초점이 포용적 성장에 모아지고 있다.
◆ 포용적 성장, 새 정책으로 당당히 공식화하라
6.13 지방선거후 정부와 여당 내에서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주창한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등 청와대 경제팀에 대한 불신이 급기야 윤종원 새 경제수석 임명으로 봉합되는 분위기이다.
무엇보다 거시경제 지표와 고용동향 등이 침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단기간에 호전될 가능성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기업의 투자 확대 없이는 최악의 청년실업과 고용지표 개선이 불가능하고, 규제 혁신 없이 혁신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청와대는 포용적 성장이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기존 3대 경제정책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방점을 둔 소득주도성장이 고용절벽을 낳고 자영업자의 집단적 저항을 불러 오자,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포용적 성장으로 포장만 바꿔치기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포용적 성장이 정확히 어떤 정책이고 그 내용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마련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을 통한 정책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기보다 포용적 성장이라는 새 개념을 제시하면서 슬그머니 정책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규제 개혁을 통한 새 성장동력 확보, 고용절벽 타개, 기업과의 소통을 통한 투자 확대 및 일자리 마련 등이 당장 시급한 과제이다. 그동안 부작용이 많았던 정책 내용에 손질을 가하고 최저임금 등 일부 정책은 속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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