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석 판사 원작 JTBC ‘미스 함무라비’로 브라운관 컴백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미스 함무라비’를 택한 것 자체가 제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선택이 바뀐 거예요. 이제 제가 움직일 때가 된 거죠.”
배우 류덕환(31)이 군 제대 후 복귀 작품으로 JTBC ‘미스 함무라비’를 택했다. 이 작품은 실제 판사 문유석이 집필한 소설이 원작으로, 드라마 극본도 문 판사가 직접 썼다. 드라마 속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43부 우배석 판사이자, 법원의 정보통 정보왕으로 분한 그를 지난 19일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배우 류덕환이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인근의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9 leehs@newspim.com |
“드라마가 100% 사전 제작이라, 촬영은 끝난 지 꽤 됐어요. 최근에 종방영을 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어색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너무 반가운 거예요. 모두가 재밌게 놀았어요. 그때 깨달았죠. 드라마가 잘됐건, 못됐건 이 현장은 정말 좋았던 현장이라는 걸요. 저한테는 분명 좋은 시간이었어요.”
‘미스 함무라비’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세 명의 재판부가 펼치는 리얼 초밀착 법정 드라마로, 다수의 드라마에서 그린 것과 달리, 민사사건을 다루고 있어 시청자들이 공감대를 자연스레 형성했다. 그러다보니 시청률 역시 5.3%(16일 방송분, 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기준)를 기록했다.
“저는 작품 모니터링도 부끄러워서 못해요. 그래서 드라마가 잘 되고 있는지도 몰랐죠. 주변에서 다양한 분들이 좋은 얘길 해주시니까 너무 감사했어요. 이 작품은 최근에 대중들이 봐온 드라마와 다른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살인을 저지르거나, 쫓고 쫓기는 스릴러, 외계에서 나타난 영웅들이 지구를 구해주는, 내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것에 재미를 느꼈잖아요. ‘함무라비’는 멀게 느껴지는 판사들이 민사사건을 다뤄서 공감대를 얻은 것 같아요. 실제로 겪을 수도 있는, 주변에서 겪을 수도 있는 서운함과 소소함을 다뤄서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배우 류덕환이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인근의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7 leehs@newspim.com |
극중 정보왕은 법원의 모든 사건사고에 관심을 가지는 인물이자 소식통이다. 사회생활 능력도 모두에게 인정받고, 피해 안 끼치려 하는, 그리고 손해도 안 보려고 하는 인물이다. 이런 캐릭터도 성장하고 변화를 맞이한다. 류덕환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캐릭터는 성장하는 캐릭터”라고 답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 드라마, 캐릭터 패턴을 보면 작품 속 역할이 어떤 사건이나 계기를 통해 성장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함무라비’ 속 정보왕은 이런 부분이 명확하게 있었고요. 극 중 도연이(이엘리야)를 만났을 때 보왕이라는 친구가 변화하는 것들이 저한테는 너무 중요했어요. 또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야기하는 박차오름(고아라)이라는 친구에 대한 존경심을 알게 되는 부분에 중점을 맞춰 연기했고요. 이 작품은 인간으로서 살아야 할 덕목을 알려주는 것 같았죠.”
류덕환은 자신과 정보왕이 비슷한 부분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도’를 꼽았다. 군 제대 후 만난 정보왕이라는 인물은 류덕환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 인물이라고.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배우 류덕환이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인근의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7 leehs@newspim.com |
“인간애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군대라는 집단에 있으면서 사회에서 살았던 저에 대해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웃음). 그때 보왕이라는 캐릭터를 저한테 들어왔어요. 군대에 있으면서 많은 사람과 만나고 교류하고 진심과 아픔을 공유하는 캐릭터가 정말 하고 싶었거든요. 제가 갈망하던 캐릭터가 바로 보왕이였죠. 2년 간 하지 못했던 것을 정보왕이라는 아이를 통해 조금은 대리만족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하.”
1992년 MBC ‘TV유치원 뽀뽀뽀’로 데뷔해 아역배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아역배우 시절 지금과 다른 현장 분위기에 류덕환은 ‘드라마’라는 매체에 주눅이 들었고, 이를 점점 멀리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드라마를 다시 하게 해준 것은 후임의 말 한마디였다.
“제가 말년 때 이등병 후임이랑 불침번을 섰어요. 그 친구가 고민 끝에 ‘TV에서 보면 참 반가울 것 같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너무 감동이었어요(웃음). 사실 20대 때는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했어요. 저에 대해 나쁘게 얘기하면 대중을 무시한 거죠. 이상한 오만함과 자만이 있었는데, 이등병 얘기를 듣고 제 확고함이 저를 계속 퇴보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후임을 통해 대중이 바라보는 류덕환을 봤으니, 이제는 제가 움직일 때가 됐다고 생각했죠. 제가 가진 고정관념을 많이 덜어내고 용기 있게 발을 슬쩍 내딛어도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첫 작품이 ‘미스 함무라비’고요. 앞으로는 많이 소통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많이 찾아뵙고 싶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