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영화 원작으로, B급 코미디 호러 뮤지컬 장르 탄생
오는 8월2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뮤지컬 덕후라면 여름에 꼭 봐야 할 공연으로 꼽는 '이블데드'. 지난해 강렬한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던 배우 김대현과 김려원이 다시 한번 돌아와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1년 만에 돌아온 두 사람을 지난 4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뮤지컬 배우 김대현, 김려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04 kilroy023@newspim.com |
뮤지컬 '이블데드'(연출 손지은)는 동명의 B급 공포영화 1, 2편을 뮤지컬화한 작품이다. 숲속의 오두막으로 여행을 떠난 다섯 명의 대학생들이 우연히 악령을 풀어주며 좀비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B급 코미디 호러 뮤지컬' 장르로, B급 저예산 공포를 더욱 과장해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작년에 정말 행복하게 공연했어요. 사실 제가 이해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정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해하는 순간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웃음)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많이 혼나고 힘들게 연습한 만큼 무대에 올라가니 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개그맨일 꿈일 정도로 사람 웃기는 걸 좋아했어요. 감사하게도 작년에 칭찬도 많이 받고 관객분들이 웃어주니까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하게 됐어요."(김대현)
"'이블데드'를 대본으로 보면 '이게 뭐야, 갑자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뉘앙스가 안 적혀 있어서 웃기려고 하는 소리인지, 진지하게 하는 소리인지 모르는 거죠. 아예 백지여서 작년에는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웃음) 그래도 이번에는 두 번째기도 하고, 작년에 같이 했던 (김)대현 오빠도 있어서 실수해도 받아줄 거라는 믿음에 편안해요. 재밌기도 하지만 마음이 편한 거죠."(김려원)
지난해와 달리 올해 공연은 연출과 안무감독이 바뀌면서 대사부터 넘버의 가사, 안무, 의상, 장면까지 많은 부분도 변화했다. 그래서 김대현과 김려원은 오히려 헷갈린다고. 또 작년과 마찬가지로 다시 한번 관객들의 반응에 떨리기도 했단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뮤지컬 배우 김려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04 kilroy023@newspim.com |
"틀은 그대로인데 가사, 대사, 안무 등 많이 바뀌었어요. 처음에 시작할 때부터 그냥 번역본을 주셨어요. 작년에 저희가 만들어놨던 것들이 다 없어진 거죠. 새로운 공연을 하는 느낌이라 반응이 어떨까 처음에는 무서웠죠. 그나마 대사는 나름의 리듬을 만들어서 할 수 있는데, 노래는 몸에 베여있는 게 갑자기 나오기도 해서 적응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지어 부르기도 했죠.(웃음) 이제 좀 적응하고 있어요. 작년보다 올해는 말장난이 많아졌어요."(김려원)
"몸으로 익힌 건 쉽게 바꾸기가 힘들어요. 1년도 채 안 됐는데 새롭게 몸에 익히기가 어렵더라고요. 가사나 춤이나 몸에 익숙한 게 바뀌니까 힘들었어요. 공연 전에 계속 노래 듣고,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고 무대에 들어가요. 사실 몇 번이나 가사를 바꿔 불렀어요.(웃음) 그래서 작년에 했던 배우들과 어느 정도 합을 맞추고,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과도 맞췄죠."(김대현)
극 중 김대현은 대형마트 종업원으로 성실하고 매너 있는 '애쉬' 역을 맡는다. 초반 어리바리하던 애쉬는 극 후반 완벽한 전사로 분한다. 김려원은 야망 있는 고고학자 '애니' 역과 스캇이 3일 전에 꼬신 여인 '셀리'의 1인 2역을 맡았다.
"1막의 '애쉬'와 2막의 '애쉬'가 확 달라져요. 캐릭터가 극과 극으로 가게 되면 확실하게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이유가 분명히 있어야 해요. 손이 달라지고 난 후 계속 쌓이다가 한순간에 폭발하게 되는 거죠. 작년에는 진짜 고민을 많이 했고, 왜 이 대사를 해야 하는지 생각도 많이 했어요. 원작과 서부극을 보면서 멋있는 척하는 걸 따라 하기도 했죠. 작년보다 오버스러운 부분을 빼고 편안하게 하려고 하는데도 오버스러워요.(웃음)"(김대현)
"연출님은 여배우라면 예뻐 보여야 한다고 말하세요. 그런데 전 망가지는 걸 안 두려워해요. 역할을 잘 살렸을 때 예뻐 보인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더 못생긴 표정도 짓고 과하게 하는 편이에요. 연출님이 그냥 포기하신 것 같아요.(웃음) 애니와 셀리가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죠. 특히 셀리는 술집에서 처음 만난 남자를 따라 여행을 온 친구잖아요. 그래서 걸음걸이도 다르게 하고 욕도 하고 완전 또라이처럼 하려고 했어요.(웃음)"(김려원)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뮤지컬 배우 김대현, 김려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04 kilroy023@newspim.com |
좀비의 공포스런 분장이나 거침없는 욕설들, 엽기발랄하고 코믹한 뮤지컬 넘버까지 '이블데드'의 매력은 무한대다. 그중에서도 공연 중간 좀비들이 관객석에 직접 피를 뿌리는 연출이 백미다. 물론 적당한 애드리브도 허용돼 관객과 소통하는 즐거움도 작품의 인기를 높이는데 한몫한다.
"저는 역할상 피를 뿌려본 적이 없어요. 객석에서 빵빵 터지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서 물어보기도 하죠.(웃음) 사실 애드리브는 잘 못하겠어요. 공연 시작 전에 생각하기도 하죠. 얼마 전에 '극손상모'를 애드리브 했는데 터졌어요. 관객들도 2초 있다가 터졌는데 그게 너무 웃겨서 저도 터졌죠.(웃음) 공연 중간중간 허용된 부분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애드리브를 시도해보곤 해요. 연출님이 재미있으면 무조건 오케이여서 배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게 해주시죠. 그래서 같은 역할이라도 배우마다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김려원)
"피를 터뜨리면 관객들이 정말 좋아하세요. 특히 앞에 계신 분들은 피를 맞으려고 오시는 분들이니까요. 꼭 스페인에 토마토 축제 같은 느낌이에요.(웃음) 애드리브는 항상 달라요. 작년보다 올해가 많이 열려 있어서 애드리브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공연하다 보이는 대로 말이 나오고 손짓이 나오고 리액션이 생기고 그렇게 애드리브가 자연스럽게 나와요. 다만 혼자 하면 안 되고 상대방을 보고 듣고 소통하면서 해야죠."(김대현)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뮤지컬 배우 김대현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04 kilroy023@newspim.com |
150분간 진행되는 공연에서 김대현과 김려원은 쉬지 않고 열연을 펼친다. 그 열정적인 무대는 김대현에게 '스프링클러'라는 별명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힘들만도 한데 두 사람은 관객들의 반응에 오히려 더 힘을 얻는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관객들이 '스프링클러'라고 해요. 그래서 올해는 두건을 했는데도 땀이 엄청나요. 그래서 마이크를 몇 개나 고장 냈죠. 저보다는 스태프들이 더 힘들 거에요. (유)권이가 절 보고 '장마가 시작됐다'라고 해요.(웃음) 작년보다 관객들이 더 많이 웃으시는 것 같아요. 올해는 코미디가 더 가미됐거든요. 대신에 중요한 부분이 휘발될까 봐 저는 대사가 좀 길어도 이유를 전하려고 해요."(김대현)
"사실 씬으로 치면 '애쉬'보다 제가 더 많이 나와요.(웃음) 그래서 옷 갈아입는 게 조금 바쁘고 힘들죠. 옷 갈아입다가 대사하기도 하고요. 제가 눕는 장면이 있는데, 가끔 잘못 자세를 잡으면 힘들기도 하지만 쉴 수 있으니까요.(웃음) '셀리'를 하다가 '애니'를 바로 할 때는 제가 제대로 된 애티튜드로 하고 있는 게 맞나 헷갈릴 때도 있고요. 그래도 재밌어요. 관객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니까, 많이 웃어주셔서 힘든 게 많이 중화돼요."(김려원)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뮤지컬 배우 김대현, 김려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04 kilroy023@newspim.com |
뮤지컬 '이블데드'는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쉴 새 없이 관객들을 웃긴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시원한 넘버, 잔혹한 좀비까지 여름에 즐기면 더욱 좋을 작품이다. 오는 8월2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요즘에 사는 게 너무 힘드니까 조금만 투자하셔서 재미나게 웃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며칠 전에 할머니, 엄마, 딸이 오셔서 재밌게 봤다고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달라고 하셨어요. 할머니의 웃음이 너무 좋더라고요. 이 정도로 남녀노소 다 볼 수 있는 거니까, 오셔서 즐겼으면 좋겠어요."(김대현)
"'이블데드' 같은 공연은 '이블데드'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비교할 만한 공연도 없죠. 한 번 보면 또 보고 싶은 공연이에요. 사람들이 또 보겠다는 얘기도 많이 하세요. 한 번쯤은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김려원)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