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후보에 대우조선해양 vs 셈코프마린 이름 올려
기술력·실적·규모 등 우위...가격경쟁력이 관건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대우조선해양이 미국 쉐브론사의 20억 달러(2.2조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최종 승자가 될지 조선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은 싱가포르 업체와의 막판 경쟁을 앞두고 상당히 신중한 모습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세계 최대 규모 해양플랜트 설치선 ‘피터 쉘터 (Pieter Schelte)’ 호의 시운전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오일 메이저인 쉐브론이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로즈뱅크 프로젝트(Rosebank Project)' 수주전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싱가포르 셈코프마린이 최종적으로 맞붙게 됐다. 로즈뱅크는 영국 북해의 셔틀랜드 군도에서 약 175㎞ 떨어진 해저 유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이날 대우조선 관계자는 "쉐브론 측으로부터 구두나 서면 등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쉐브론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추후 절차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내업체인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입찰서류를 제출했으나 최종후보에는 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번 입찰에선 국내 조선 '빅3' 중 현대중공업의 수주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졌다. 과거 수주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이 프로젝트를 따냈으나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시장 환경이 악화되자 쉐브론 측이 2016년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업계에선 대우조선이 쉐브론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온 데다 적극적인 자구안 이행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한 점 등이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이 싱가포르 업체와의 최종 경쟁에서 승리할지도 관심사다. 국내 조선사들은 기술력이나 품질, 건조 경험, 규모 등에서 경쟁국들에 우위에 있지만, 가격경쟁력면에서 밀리며 수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3사는 기술경쟁력은 물론 그동안의 실적, 규모, 공기 등에서 훨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대우조선의 수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싱가포르 업체는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가격을 내세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올해 유가가 크게 올라 셈코프마린의 저렴한 인건비가 과거만큼 장점이 되긴 어려울 거란 분석이 나와 대우조선 쪽에 힘을 싣기도 했다. 곽지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셈코프마린이 주요 프로젝트를 수주할 당시 대비 국제유가가 20~30% 이상 상승했다"며 "저렴한 인건비의 강점이 종전만큼 부각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현재 대우조선 측은 상당히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지난해 노르웨이 스타토일이 요한카스트버그 프로젝트를 발주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국내 3사의 수주가 거의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였으나 발주사의 선택은 가격경쟁력을 내건 셈코프마린이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작년과 지금이 구조적으로 상당히 비슷해 매우 조심스럽다"며 "기대는 계속 하고 있지만 차분히 결과를 기다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입찰 결과는 4분기쯤 나올 예정이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