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은 어떠한 대가도 없이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가혹한 현실만 인식하고 돌아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6·12 북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6~7일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측과의 27시간의 협상시간을 "생산적"이었다고 요약했지만, 북한은 "유감스럽다"고 표현했다. 북한 외무성은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뒤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 없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강경화 외교장관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이런 북측의 발언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관계 개선을 이뤄낸지 한 달도 안돼 위험을 무릅 쓴 것이라고 통신은 평가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충분한 안전 보장 없이 무기를 팔아치우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카토 연구소의 에릭 고메즈 외교 분석가는 "대통령과 고위급 관료는 매우 빠른 (비핵화) 시간표에 대해 이야기 해왔다"며 "핵 문제만 집중했지 더 다양한 상황에 대해선 초점을 두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북미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안보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핵 우산과 주한 미군 축소 등 미국과 동북아시아 동맹국들에 위험이 높은 선택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이 이러한 것들을 바라고 비핵화에 동의했다는 했다는 설명이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으로 김 위원장에게 너무 빨리 안보 양보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그럼에도 북한은 아직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담화문에서 북한은 미국의 조치들은 쉽게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북한 측의 담화문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호소가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담화문에서 북한 외무성은 "우리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선의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미래포럼 김두연 객원연구원은 성명이 전형적인 북한의 협상 스타일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화를 계속하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장애물을 예상해야 한다"며 "핵 협상이 평화 협상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북을 마치고 8일 일본 도쿄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양측이 비핵화에 대해 달리 생각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우리가 비핵화 범위에 대해 그들에게 말했을 때, 그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진전성 갖고 있는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은 지난 주말 비핵화 실무협의를 위한 후속 협상에 합의했다. 또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12일 만나기로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캠페인을 유지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최대 압박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피해왔던 용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중국과 한국 등 주요 이웃 국가와 관계 개선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장 완화를 이용한 만큼 최대 압박 캠페인을 다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통신은 설명했다.
일본 국제기독교대학의 스티븐 나지 선임 부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캠페인은 김 위원장의 최대 관여 전략에 의해 완전히 무력화됐다"며 "이것은 미국이 연합 전선을 갖는 것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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