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여성 체력검정 기준 남성 65%→80% 상향 검토
女경찰·소방관 체력 시비 계속되며 성적 갈등 양상 격화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경찰·소방관 신규 채용시 여성 지원자의 체력검정 기준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소방청이 최근 여성소방관 체력테스트 강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찬반 논란이 불붙는 모양새다.
5일 소방청 관계자는 “여성 대원의 체력검정 기준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 내부적으로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소방공무원 체력검정 시험은 직무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배근력, 앉아 윗몸 앞으로 굽히기, 왕복 오래달리기, 악력, 윗몸일으키기, 제자리멀리뛰기까지 6종목을 평가한다. 여성의 만점 기준은 남성의 65% 수준인데 이를 80% 정도까지 올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배경에는 여성 대원들이 대체로 체력이 달려 화재현장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여성 소방관이 무거운 장비를 차고 호스를 들기 어려워하는 등 문제점이 많았기 때문에 체력 기준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
◆“범죄·화재는 여자라고 봐주지 않아”…체력시비 반복
그간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체력을 요구하는 소방 업무에서 여성이 제대로된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는 지에 대한 논란이 반복됐다. 여성 대원 체력검정 기준이 유독 낮은 탓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남녀 체력검정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여성이기 전에 국민을 보호하는 소방관" "미국과 유럽에선 경찰·소방관 체력검정에 남녀 차이가 없다" "화재는 여성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등 쓴소리가 담겼다.
경찰 역시 같은 문제로 홍역을 앓은 적이 있다. 여성지원자가 경찰 시험에서 ‘무릎 꿇고 팔굽혀펴기’를 해왔던 것이 발단이었다. 관련 사진과 영상이 확산하면서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다. 성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이성은 경찰청 성평등정책관 담당관은 지난달 29일 한 인터뷰에서 ‘팔굽혀펴기 등이 경찰 업무에 정말 필요한 역량인지 살펴봐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 담당관 해임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일주일 만에 7만여명의 동의를 얻었을 정도. 체력검정과 치안업무가 상관없다는 논리로 대응하려다 오히려 논란을 키운 셈이다.
화재 진화에 나선 소방관 /이형석 기자 leehs@ |
◆"도움 안 돼" vs "여성 꼭 필요"…현장 반응도 엇갈려
익명을 요구한 남성 지구대 경찰관은 “여경은 기본적으로 힘 차이가 나서 난동부리는 취객을 제압해야할 때 도움이 안 된다”며 “일부 남자 경찰관들은 여경과 2인 1조 순찰을 도는 것을 꺼려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나 이에 맞서는 주장도 있다. 한 여성 지구대 경찰관은 “윗몸 일으키기가 반드시 갖춰야할 자질인가 싶다”며 “체구가 큰 피의자를 제압해야할 경우 남자 경찰관들도 애먹는 것은 똑같다. 혼자서는 제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테이저건을 쏘든가 다른 도구를 이용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최근 늘고 있는 가정폭력, 성폭력 여성 피해자들은 여경이 아니면 상담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여경을 필요로 한다. 여경 숫자가 부족해서 옆 지구대에서 인력을 빌릴 정도다”고 언성을 높였다.
◆여성계 “여성 신체 특성 고려해야” 강한 반발
여성단체들은 대체로 불만을 나타냈다. 류혜진 한국여성인권진흥원 팀장은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불거진 갈등”이라며 “힘이 센 여성과 허약한 남성도 있는데 여성의 체력이 무조건 약하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비판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차별 또는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라며 “조금 더 신중히 접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직, 소방직의 여성진출 비율이 매우 저조한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공무원 중 여성비율은 10.7%, 소방공무원은 3.7%에 그쳤다.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