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나오려면 유니콘에 걸맞는 투자자 있어야"
크로스보더 전략 통해 글로벌 투자 확대
[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히딩크가 없었다면 박지성같은 선수가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그런 역할을 할 겁니다. 사람을 보고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기 때문에 빅히트의 방시혁 대표한테서 방탄소년단이란 괴물 아이돌이 탄생한거죠."
박성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는 4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벤처캐피탈(VC)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기술이면 기술, 마케팅이면 마케팅 팔방미인을 요구하는 한국 시장에서 유니콘 기업이 등장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도 그는 전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박성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 2018.07.04 yooksa@newspim.com |
박성호 대표는 IPO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다.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동서증권, 동양증권, 현대투신을 거친 뒤 SV창업투자를 만들었다. 당시 박성호 대표를 찾아온 인터로조는 연 매출액이 10억 가량인 작은 회사였다. 무역업에 강점을 가진 노시철 인터로조 사장을 보며 '가능성'을 발견했지만 당시 자문비를 내기 어려워보여 개인적으로 자문을 해줬다고 한다.
이후 인터로조의 매출이 늘어나면서 정식 IPO자문계약을 맺고 26억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해 인터로조 매출액은 '수지 렌즈' 인기에 힘입어 806억원으로 18년전에 비해 80배 불어났다. 현재 인터로조의 이웅영 CFO도 박성호 대표가 추천했다.
박 대표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투자자들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문성 있는 인재나 기업을 발굴해 투자 뿐 아니라 인맥, 마케팅, 인프라 등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는 유니콘이 없어서 투자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유니콘에 걸맞는 투자자가 없어 유니콘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투자 전략을 통해 SV의 운용 실적도 가파르게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VC 수익원은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로 나뉜다. 관리보수란 펀드 설정시 규약에 따라 설정액의 2% 정도를 매년 받아가는 수수료다. 성과보수는 투자 펀드를 회수하면서 약정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달성했을 때 받아가는 보수다.
<자료=SV인베스트먼트> |
기상장된 티에스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린드먼아시아 등의 경우 아직 청산실적이 없어 관리보수에 따른 수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SV인베스트먼트는 1,2호 펀드를 각각 15.2%, 11.5% 수익률로 청산해 29억원의 성과보수를 받았다. 하반기 3,4호 펀드의 청산도 예정돼있어 올해 세자릿수의 실적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박성호 대표는 앞으로 글로벌 투자를 늘려갈 계획을 세워뒀다. 해외 앵커 LP를 유치하고 글로벌펀드 결성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크로스보더' 투자전략이다. 이에 오는 9월 미국 보스톤에서 현지 VC인 켄싱턴캐피탈과 공동으로 1억 달러 규모의 바이오 펀드를 결성키로 했다. 박 대표는 "투자 환경이 갈수록 글로벌화 추세다. 무조건 한국에 있는, 한국에서 매출을 내는, 한국 기업에만 투자하라는 규제는 미래의 무역전쟁에서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SV인베스트먼트는 오는 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사전 수요예측도 흥행해 희망 가격 밴드를 뛰어넘는 7000원의 공모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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