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증진법 따른 당구장 금연조치 6개월
흡연부스 편법이용 탓에 여전히 담배연기 자욱
손님 이해시키고 부스 제대로 운영하면 갈등 無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당구장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애연가들의 끽연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으로 금지해도 담배연기가 자욱해 당구장 이용이 어렵다는 비흡연자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낮부터 '뽀얀 담배연기'...역하고 매캐한 냄새 당구장 가득
29일 오전 찾아간 서울시청 인근의 한 당구장. 시간을 쪼개 당구를 치려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직전부터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서울의 한 당구장 입구에 붙은 금연안내문 2018.6.29 [사진=김세혁 기자] |
한쪽에서 당구를 치던 직장인들은 담배냄새가 심한지 창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업주가 다가와 “에어컨을 틀었으니 창을 좀 닫아 달라”고 부탁했다. 손님은 대뜸 “담배연기가 이렇게 심한데 어떻게 창문을 닫냐”고 따졌다. 다른 손님 말을 들으니, 이런 광경은 이 당구장에서 제법 일상적인 모양이었다.
업주는 “흡연부스 문을 꼭 닫아놓으면 담배 피우는 손님들이 항의한다. 부스 내부에 환기시설이 돼있지만 답답하다는 것”이라며 “문을 닫아도 흡연자들이 알아서 연다. 때문에 비흡연자들과 눈싸움이 벌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흡연부스에 들어가봤다. 공기정화기는 없었고, A4용지 크기만한 팬 하나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지만 자욱한 담배연기를 건물 밖으로 빼내기는 버거워보였다. 부스 안에는 편히 앉을 수 있는 소파에 자판기가 마련돼 있었다. 실내 흡연부스에 들어가서는 안되는 물건들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을 금연구역에 포함하는 개정 국민건강증진법을 시행하면서 업주가 원할 경우 흡연부스 설치를 허용됐다. 환풍기와 재떨이만 비치하고 출입문을 항시 닫아 밀폐해야 하며, 의자나 TV, 자판기 등을 놓지 못하는 조건을 달았다.
흡연부스 내의 담배연기가 제대로 빠지지 않으니 흡연자들은 부스 문을 활짝 열어뒀다. 비흡연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문을 닫아도 그때 뿐이다. 또 다른 흡연자가 부스 문을 활짝 열고 담배에 불을 붙이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담배를 입에 물고 공을 치던 시절과 당구장 공기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비흡연자들 불만이다.
투명유리로 조성된 여의도 모 당구장의 실내 흡연부스. 중형 공기정화시설이 설치됐고 재떨이 외엔 다른 물건을 놓지 않았다. 문도 늘 닫혀 있어 실내에선 전혀 담배냄새가 나지 않았다. 2018.6.29 [사진=김세혁 기자] |
◆주인 의지도 중요...환기시설 설치에 금연구역 적극 알려
흡연부스를 둘러싼 갈등이 없는 당구장도 있다. 대부분 업주가 환기시설을 제대로 설치한 덕이다. 뿐만 아니라 손님들에게 당구장이 금연구역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해를 구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29일 찾아간 여의도의 한 당구장은 밀폐형 흡연부스가 제대로 설치돼 흡연자·비흡연자 간 갈등이 없었다. 한쪽에 마련된 흡연부스는 잘 밀폐된 채 이용되고 있었다. 부스 안에는 대형 환풍기가 연신 돌아가고 있었고 재떨이 하나만 마련돼 있었다. 이용자들은 흡연실 문을 잘 닫아 실내에서 전혀 담배냄새가 나지 않았다.
이곳 업주는 “흡연자들이 부스 문을 여는 건 안쪽 환기 문제”라며 “환기시설에 투자를 좀 했다. 돈을 아끼는 것보다 제대로 된 흡연부스를 마련하는 손님들 모으는 데 유리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에게 당구장이 금연구역임을 적극 홍보하는 것도 업주 일이다. 물론 처음엔 반발하는 손님도 있었지만 다른 이용자들 배려하는 차원에서 수 차례 부탁했더니 몇 개월 만에 정착이 됐다”고 덧붙였다.
starzooboo@newspim.com